폭락→극적 반등…기계적 매수? GS "침체 땐 4600"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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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보편관세로 선회?
관세, 소비 둔화, 성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지난 금요일 S&P500 지수는 2% 가까이 내렸죠.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공격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면서 매도세는 유럽과 아시아로 퍼졌습니다. 오늘 아침 뉴욕 증시에서도 S&P500 지수와 나스닥이 다시 1%를 훌쩍 넘는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전 시장은 상호관세가 좀 더 표적화되고 범위가 좁혀질 것이란 보도에 힘을 받았었는데요. 지난 주말 상호관세가 거의 보편관세처럼 넓고 클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팀이 더 넓고 높은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나라를 상대로 최고 20% 관세를 물리는 것도 여러 가지 방안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썼습니다. '상호관세' 대신 '보편관세' 도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WSJ은 당국자를 인용해 상호관세와 보편관세의 모두 테이블에 올라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크고 단순하길'(big and simple)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지난 30일 '발표 때 얼마나 많은 국가가 포함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10~15개 나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든 국가를 말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2. 관세 협상용아닌 진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단지 협상용일까요? 그가 관세 부과에 진심이라는 증거들도 쌓이고 있습니다.
먼저 '관세 정책의 실세'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자동차 관세만으로 연간 1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다른 관세들을 통해 연간 6000억 달러(10년간 6조 달러)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미국의 한 해 상품 수입 규모가 3조 달러를 조금 넘는 만큼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를 매겨야 6000억 달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미국을 착취해온 모든 국가는 관세를 예상해야 한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세금 감면을 지속시키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죽하면 감세를 위해 트럼프가 싫어하는 증세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악시오스는 공화당에서 최고 소득군(기혼자의 경우 73만 달러)에 대한 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다시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면 감세를 확대하고, '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공격도 무디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 무역전쟁에 대비해 농업 관련 보조금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발표를 준비하면서 무역전쟁이 미 농부들에게 끼칠 피해 일부를 완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1기 때에도 중국이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구매를 줄이자 연방 정부는 23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집행했었습니다.
3. 낙관론자도 관세, 물가 높이고 성장 낮추고…
이처럼 관세가 예상보다 높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가 금융사들은 경제 전망을 바꾸고 있습니다.
4. 1일 선거결과 주시하라
2일 발표를 앞두고 지켜봐야 할 것은 1일 일부 지역의 선거결과입니다. 플로리다에서 두 석의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있고요. 또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는 대법관 선거가 열립니다. 이게 트럼프 정책에 대한 일차적 심판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요.
플로리다는 원래 공화당이 차지했던 지역(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맷 게이츠 전 법무부 장관 지명자)인 만큼 공화당 수성이 유력하지만,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의석을 지켜야 한다며 엘레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의 유엔대사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위스콘신에서 치러지는 주 대법원 선거가 매우 치열한데요. 이를 반영한 듯 일론 머스크가 지난 주말 위스콘신을 찾아 돈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5. 상호관세 발표…명확성 확보 vs 불확실성 지속
월가는 여전히 수요일 '해방의 날'이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일부 스마트머니(기관투자자)는 2일 이후 증시 랠리를 예상한다. 무슨 발표가 있든 시장은 오늘보다 더 명확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는 온·오프 스위치가 아니라 다이얼"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즉 켰다 끄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조정하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UBS도 "2일 발표가 투자자들이 아무리 좋게 기대하더라도, 관세 불확실성을 종식시킬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그때가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협상이 실제로 시작되는 시점이다. 극심한 정책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명확성을 향한 작은 발걸음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런 이벤트 이후 전망을 재조정함에 따라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전반적으로 관세 수준과 시장 움직임이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관세 발표가 '청산 이벤트(clearing event)라기보다는 추가 협상을 위한 디딤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관세가 예상보다 더 높다면 S&P500 지수는 5500까지 매도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예상보다 가볍다면 단기적으로 오를 텐데 천장은 5800~5900으로 봤습니다. 이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려면 가벼운 관세뿐 아니라 기업 이익의 상향 수정도 있어야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6. 관세 위협 속 급반등 배경은?
오늘 경제 데이터는 중요한 것은 없었습니다. 댈러스 연방은행에서 3월 지역 제조업 지수가 나왔는데요. 2월 -8.3보다 더 떨어진 -16.3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카고 연방은행이 집계하는 3월 지역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45.5에서 2.1포인트 증가한 47.6으로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는 여전히 업황 위축을 나타내는 50 이하입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 JP모건 리서치 헤드는 "주가가 한 달 동안 약 10% 하락하면 마지막 날에 갑자기 매수 주문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연기금의 월 말, 분기 말 리밸런싱 등에 따른 것입니다. 3월에 S&P500 지수는 5.8% 하락해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별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8.2%, 다우는 4.2% 내렸습니다. 이처럼 주가는 급락했지만, 채권 가격은 올랐습니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초 4.57%에서 오늘 4.213%까지 떨어졌습니다. 한 트레이더는 "주식 60 채권 40인 포트폴리오는 이번 분기 대략 50대 50까지 비율이 바뀌었다. 이를 다시 60 대 40으로 조정하는 수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더나는 주말에 식품의약국(FDA)의 백신 담당인 피터 마크스 박사가 사임했다는 소식에 8.9% 폭락했습니다.
애플은 1.94% 올랐습니다. 블룸버그가 아침에 프랑스 당국이 애플에 대한 조사에서 1억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한 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월 중국에서 외국 브랜드 스마트폰 출하량(대부분 아이폰)이 전년 대비 9% 성장했다며 매수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원자재 시장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영향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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