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통상 이슈 증가하면서
해외로펌과 직접 소통 선호 뚜렷
계약·M&A 등 비소송도 의존 심화
태평양·김앤장·광장 등 대형로펌
글로벌 인재 영입으로 역량 강화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 로펌에 지출한 법률 비용이 처음으로 연간 3조원을 돌파했다. 대기업의 사업 영역이 글로벌화되면서 해외 법무법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제중재 분쟁 및 통상이슈가 늘어나자 현지 규제와 법률 환경에 정통한 해외 로펌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로펌, 한국 법률시장 ‘큰손’으로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법률 서비스 비용은 총 21억4990만달러(약 3조1300억원)로 집계됐다. 2023년(18억4550만달러)과 비교해 3억440만달러(약 4500억원) 늘었다. 해외 법무법인이 국내 사무소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을 제외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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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국내 로펌이 외국 기업 등으로부터 벌어들인 법률서비스 수입액은 약 1조451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해외 법무법인에 대한 지출 증가폭이 훨씬 커지면서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인 약 1조6765억원까지 확대됐다.
국내에 외국법전문법률사무소를 낸 해외 로펌은 30곳으로, 이 중 지난해 국내 사무소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5개사다.
이들은 클리어리가틀립스틴앤해밀턴(해외채권 발행), 링크레이터스(해외채권 발행), 커빙턴앤드벌링(지식재산권·국제중재), 화이트앤케이스엘엘피(프로젝트파이낸싱), 그린버그트라우리그(해외 부동산 투자)로, 서울 사무소에 10명 내외 변호사만 두고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동시에 큰 업무는 해외 본사 및 지사와 협업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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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로펌 변호사는 “국내 자본시장 업무는 서울 사무소에서 맡지만, 해외에서 이뤄지는 소송과 현지 자문은 본사와 협력해 진행되는 사례가 많아 실제 매출 규모는 공식 집계보다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키우는 국내 로펌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서 법률 분쟁을 겪는 일이 늘어나면서 해외 로펌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정경화 커빙턴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해외 활동 증가로 해외 법무법인 지출이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법무법인의 해외 자문 역량 강화에도 불구하고 계약, 인수합병(M&A), 규제 대응 등 비소송 분야에서도 해외 로펌 의존도가 높다. 최근 국내 사내변호사들이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해외 법무법인과 직접 소통하려는 경향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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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최근 몇 년 새 국내 사내변호사들의 역량이 크게 높아지면서 해외 로펌과 직접 소통하며 업무 주도권을 가져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대형 로펌들도 해외 역량 강화를 위해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지난 2월 클리어리가틀립에서 M&A 분야를 담당하던 한상진 변호사 팀을, 광장은 미국 존스데이 출신 잭 샤프 변호사를 국제중재 공동팀장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앨런앤오버리 출신 크리스 테일러 변호사와 제러미 에버렛 외국 회계사를 잇달아 영입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