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개월 만에 대만 봉쇄 훈련을 재개하는 등 군사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대만이 미국과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안보 수장이 미국 행정부와 비공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에서 대만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자오셰 대만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비공개 고위급 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대만 간 첫 고위급 접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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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국가안보회의(NSC)를 비롯해 여러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 대만이 수년간 비공식 소통 창구로 활용해온 이른바 ‘특별채널’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공식 외교 관계를 끊었지만 이 채널을 활용해 안보 현안을 비공식적으로 조율해왔다. 중국은 이런 접촉에 거듭 반발해왔다.
이번 회담은 중국군이 대만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을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중국은 지난 1일 육해공군과 로켓군을 동원해 대만 포위 훈련에 들어갔다.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지난해 10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 연설에 반발해 실시한 연합훈련 ‘리젠(날카로운 검)-2024B’ 이후 6개월 만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군사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중국의 이번 훈련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침공을 위한 리허설”이라며 “훈련이 아니라 무력 통일 준비”라고 지적했다.
대만군도 중국군의 2027년 무력 침공 가능성을 가정한 연례 합동군사훈련에 나섰다. 대만 국방부는 오는 14일부터 ‘한광 41호 훈련’의 일환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지휘소 훈련(CPX)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둥지싱 대만 국방부 연합작전계획소장은 “중국군의 회색지대 전술과 훈련에서 전면전으로 확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합동 전장 모의 모델’(JTLS) 시스템을 활용한 워게임을 5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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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각종 드론, 대만형 M1A2T 전차,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하푼 블록 지대함미사일, 무선 유도 방식의 토우 2B-RF 대전차 미사일 등을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이번 워게임에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미·중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향한 경계감은 대만을 넘어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중국 기업에 임대된 다윈항의 운영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 최북단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다윈항은 2015년 호주 노던준주 정부가 5억호주달러(약 4400억원)에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에 99년간 임대했다. 그러나 이후 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랜드브리지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호주 내에서는 안보 우려 속에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다윈항은 전략적 자산이며 호주인 손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를 위한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잠재적 매수자들과 협의하며 다윈항을 호주인에게 반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왔다”며 “연방정부가 개입할 시점이 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랜드브리지는 “다윈항 임대권은 매각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