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국회의사당 사랑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대통령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국회의사당 사랑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대통령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각 당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부른 ‘87년 체제’를 극복하자는 데 공감하는 만큼 대선 경선 기간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간담회를 열어 “위헌·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며 “성공적 개헌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각 정당에 개헌 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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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의 제안에 정치권 내부에서 찬반이 갈려 개헌안을 도출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인 최형두 의원은 “국회와 대통령이 협치하게 하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에 관한 개헌안을 만들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투표해야 한다”고 했고,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당 차원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내란 종식 우선”이라며 반발했다.

"우원식 '개헌·대선 동시투표' 제안…민주 지도부 "지금은 아냐"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이번 대통령 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한 건 약해지는 ‘개헌 동력’을 살리자는 취지로 분석된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과 민주당 내 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짚으며 개헌을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권 관심이 조기 대선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개헌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 의장, “각 당과 사전 교감 나눠”

급물살 타는 개헌 논의…백가쟁명 주장에 진통 불가피
우 의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지난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 대부분이 개헌을 공약했지만, 구체적으로 절차가 진행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며 “정치세력의 셈법이 각자 다르고 이해관계가 부닥쳤기 때문이고,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가장 (이견이) 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게 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지니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진행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며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을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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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은 개헌을 성사시키 위해 각 당에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국민투표법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권 조항을 개정해야 하고, 이것이 가장 큰 절차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를 개정해 공직선거와 개헌의 동시 투표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각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을 나눈 뒤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탄핵 정국 때부터 일찌감치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만큼 우 의장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당 내 개헌특위 위원인 최형두 의원은 “나중에 하자는 말은 하지말자는 뜻”이라며 “이미 국회에는 그간 개헌안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져 있으니 민주당이 결정하면 된다”고 압박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우 의장 제안은) 제가 몇 주 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투표도 진행하자고 한 것과 그다지 차이는 없다”며 “87년 체제에서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해 반드시 내년에 개헌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 지도부와 친명은 반대 기류

그러나 이날 민주당에서는 우 의장 제안을 반대하는 주장이 곳곳에서 분출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개헌은 당위적으로 맞지만 충분한 숙의를 거치고 숙성시켜서 해야 한다”며 “지금은 내란종식에 총단결 총집중하고 매진해야 할 때이니 시선분산을 하지 말자”고 반발했다. 추미애 의원도 “내란 척결 후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벌써 개헌이니 내각제니 난리”라며 “윤석열 파면이 엊그제고 아직 관저 퇴거도 안 한 상태인데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는 개헌 논의에 반대한다며 우 의장을 비판하는 당원들의 메시지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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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을 하려면 개헌안 발의, 공고, 국회 의결(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쳐 이 안을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유력한 대선일인 6월 3일 기준으로 38일을 역산하면 4월 26일이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 주변에서 우 의장에 제안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입장들이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향후 개헌 논의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 의장의 개헌 주장이 의원 3분의 2 동의를 받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개헌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논의가 시작되면 백가쟁명식 주장이 난무하기 때문에 한 달 안에 개헌안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결단하면 ‘원포인트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최형창/배성수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