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밖 선전 >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이 공개된 8일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 강남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최혁 기자
< 예상 밖 선전 >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이 공개된 8일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 강남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최혁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올 1분기에 영업적자를 냈을 것”이란 추정이 주류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의 조(兆) 단위 손실을 피하기 힘든 데다 ‘버팀목’인 메모리 반도체마저 수요 부진에 시달려서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DS부문은 올 1분기 8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미국의 관세 부과 전 사재기 주문으로 가격이 오르고 출하량도 늘었기 때문이다.

‘장밋빛 전망’이 2분기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 때문이다. 메모리 사재기가 일단락된 데다 세계적인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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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반도체 매출 69% 급증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8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3조원대 초중반 흑자를 냈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2조원대 후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그동안 DS부문이 1분기에 영업적자를 냈거나, 많아야 5000억원 흑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분위기를 돌려세운 일등 공신은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이었다. 중국인이 보조금으로 스마트폰과 PC를 사들이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커졌다. 반도체에 관세가 붙기 전 재고를 쌓기 위한 중국 기업의 사재기 주문도 실적에 보탬이 됐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올 1분기에도 고전했다.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고객사를 쓸어간 대만 파운드리기업 TSMC의 벽을 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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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폭탄에 2분기 우려

애초 시장에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기술(IT) 제품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 데다 메모리 기업의 감산으로 공급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올 2분기 D램 가격이 3~8%, 낸드플래시는 최대 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분기 반등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탓이다. 교역 위축과 제품 가격 상승, 소비 둔화 등이 겹쳐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 반도체 수요도 빠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메모리 업황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올해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고성능 D램 중심 대응

삼성전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높여 경기 침체에 대응할 계획이다. 2분기 실적을 가를 핵심 포인트는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성사 여부다. 삼성전자는 현재 ‘설계 변경’이란 강수를 둔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보내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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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실적은 올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근 2㎚, 3㎚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의하는 고객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가칭)을 갤럭시S26에 장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