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 25%
중소·중견·스타트업에 투자해야
2028년까지 10조 넘게 흘러가
증권사 '포트폴리오 조정' 고심
A등급 회사채로 자금 쏠릴 듯
자금 이탈로 부동산 침체 우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덩치를 키워 모험자본 투자를 대폭 늘리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위원회가 9일 내놓은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의 핵심이다. 금융위 계획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4조원, 3년 내 10조원 넘는 자금이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 등으로 흘러들어간다. A등급 회사채에 증권사 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회수로 건설 경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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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자본 10조원 넘게 투입해야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의 전체 자산 가운데 모험자본에 투입된 자산 비중은 9월 말 기준 2.23%(12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대기업 거래를 제외한 국내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과 신기술금융회사·벤처캐피털(VC) 투자 등을 합친 수치다. 그동안 발행어음 자금은 대기업과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했다.
금융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 투입하도록 했다. 모험자본 범위를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 또는 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벤처기업·하이일드펀드 투자 등으로 제시했다.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중은 2026년 10%를 시작으로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반대로 부동산 자산 운용 한도는 현행 30%에서 2027년 10%까지 축소된다.
IMA도 발행어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 지난해 말 종투사의 발행어음 조달금액은 41조5000억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내년부터 4조1500억원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2027년에는 8조3000억원, 2028년에는 10조375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이 기간 종투사의 발행어음, IMA 조달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모험자본 금액은 더 커진다. 경기 악화로 자금이 우량 기업에 쏠리는 상황에서 돈줄이 마른 중소·중견기업 및 VC로선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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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금 급이탈 우려
대형 증권사는 당장 수조원에 이르는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일각에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한도 규제에 맞추기 위해 단기적으로 A등급 회사채 등에 비정상적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IB본부 고위 임원은 “국내에서 당장 모험자본으로 분류되는 투자처 가운데 안정적이면서 유망한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의무 조항을 따르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 현실에서 발행어음과 IMA사업 득실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자는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가 제한되면 이자율이 치솟아 개별 시행 사업의 사업성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순자본비율(NCR) 규제 강화를 앞둔 상황에서 건설 경기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IMA에도 발행 한도가 도입된 점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발행어음과 IMA를 통합해 자기자본의 300%를 발행 한도로 제시했다. 발행어음으로는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모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자기자본 10조원 증권사는 IMA로 30조원을 모집하거나 발행어음으로 20조원, IMA로 10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IMA의 발행 한도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는 증권사가 IMA 원금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건전성 문제가 있는지 지켜본 뒤 IMA 발행 한도 증액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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