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유예, 항복 아냐"…트럼프 마음돌린 주역 베선트 美 재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데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사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 폴리티코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채값 하락이 심각하다며 이대로면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다른 국정과제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날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 보복으로 대미 관세를 34%에서 84%로 올리자 “중국을 출구전략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나라와는 협상하되, 무역수지 적자와 기술 탈취 문제의 핵심인 중국을 정조준하는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상호관세 유예에 대해서도 “유예를 통해 각국과의 무역협상 기회를 넓히는 것이지, 항복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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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19분께 SNS에 상호관세 90일 유예 소식을 전격 발표하기 전 베선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백악관 집무실로 긴급 호출했다. 여기서 상호관세 유예 발표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6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함께 타고 워싱턴DC로 복귀했다. 또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월가 인사와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수많은 전화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필요를 강하게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는 월가 헤지펀드인 키스퀘어그룹 창업자다.

베선트 장관은 한때 상호관세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관세 강경파’에 밀려 정책 주도권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상호관세 유예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입지가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강경파의 대표격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담당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발표문을 작성할 때 배석하지 못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