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운영체계(OS) 안드로이드를 매개로 시작한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한층 더 끈끈해지고 있다. 하드웨어는 삼성전자가, AI 모델 등 소프트웨어는 구글이 맡는 분업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로봇으로 넓히고 있어서다. 애플+오픈AI, LG전자+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기업연합 등 라이벌들을 제치고 첨단산업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각사의 약점을 보완해줄 최고의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삼성과 구글 동맹의 폭과 깊이는 갈수록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벼운 스마트 안경 공동 개발

'AI 시대' 더 끈끈해지는 삼성·구글 동맹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구글은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안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XR(확장현실) 언록’ 행사에서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10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TED 2025’ 콘퍼런스에선 샤람 이자디 구글 AR·XR 담당 부사장이 스마트 안경 시제품을 착용하고 일부 기능을 시연했다. 두 회사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스마트 안경을 선보인다. 이 제품에는 길 안내,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AI 기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연내 출시할 예정인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첨단 기기 개발·제조 기술과 구글의 OS 개발 노하우가 녹아든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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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등 피지컬 AI에서도 협력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6월께 출시할 예정인 가정용 로봇 ‘볼리’엔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적용된다. 볼리는 제미나이와 삼성전자의 독자 AI 기술을 결합해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반도체 분야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삼성전자가 도움을 준 게 대표적이다.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업은 활발하다. 구글은 연말 출시 목표로 AI 추론용 7세대 텐서프로세서유닛(TPU) ‘아이언 우드’를 최근 공개했다. 이 칩엔 192기가바이트(GB) 용량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적용되는데, 삼성전자가 일부 HBM 물량을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윈윈’ 관계 이어간다

2007년부터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 생태계를 함께 꾸려온 두 회사의 협업은 AI 시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엔 구글의 경쟁사가 애플 하나뿐이었지만 AI 시대엔 MS, 오픈AI, 메타, 아마존 등 여러 빅테크와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구글로선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확산하는 데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기 제조업체인 삼성만 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 삼성도 함께 합을 맞춰본 오랜 파트너이자 AI 분야 최강자 중 하나인 구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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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있다. 중장기적으론 두 회사 모두 상대방 영역에서 성과를 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갤럭시 AI’를 제미나이와 함께 활용한다고 강조하고, 구글은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하는 등 하드웨어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