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떡 뜰 줄 알았어요"…다음 유행 미리 아는 96년생 정체 [인터뷰]
“두쫀쿠·버터떡…백화점이 트렌드 잡는 법은"
팝업 줄세운 96년생 MD
만우절 이벤트 기획한 MD부문 델리&베이커리팀 바이어 인터뷰
팝업 줄세운 96년생 MD
만우절 이벤트 기획한 MD부문 델리&베이커리팀 바이어 인터뷰
두쫀쿠부터 봄동비빔밥, 버터떡, 우베 등 최근 먹거리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건 당연한 상식. 대형 유통채널인 백화점은 어떻게 초단기간 유행을 따라가는 것일까. 지난 20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최유정 MD부문 델리&베이커리팀 바이어(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꾸려졌다 해체한 TF는 지난달 만우절과 식목일을 엮어 이벤트를 기획했던 팀이다. 롯데백화점은 두 기념일을 맞아 이색적인 식음료(F&B) 메뉴와 친환경 이벤트를 선보이는 '만식이 위크'를 진행했다. 본점과 잠실점 등 6개 주요 점포에서 '대왕 모찌'와 봄동 모양을 본뜬 '봄동 쿠키' 등의 이색 메뉴를 선보인 행사다. 당시 TF 구성원은 1990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총 네 명. 식품 부문 내 델리·베이커리팀, 다이닝팀, 와인팀, 아울렛팀에서 MD를 한 명씩 모았다.
최 바이어는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 팝업은 많이 해왔지만 만우절 관련 팝업은 해본 적이 없었다”며 “치밀한 전략에 따랐다기 보단 그저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에서 시작한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의사결정 단계는 파격적으로 줄였다. 최 바이어는 “TF에선 의견 제시가 자유롭고 결재 구조도 단순하다”며 “바이어가 아이디어를 내면 부문장 결재로 바로 이어진다. 중간 보고 체계가 몇 단계는 축소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TF가 꾸려지는 방식 자체도 즉흥적이다. 최 바이어는 “누군가 ‘어떤 유행이 감지되니 관련 팝업스토어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식의 아이디어를 내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진다“며 ”기존엔 개인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획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조직이 운영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패에 대응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꿨다. 최 바이어는 “TF에선 실패한다고 해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없다”며 “레퍼런스가 없고 위험이 따르는 기획도 시도해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라고 말했다. 만식이위크도 매출 등 양적 지표를 놓고 보면 대형 성공 사례는 아닐 수 있지만, 내부에선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았다는 게 최 바이어의 이야기다. 그는 “매출이 크게 나온 행사가 아님에도 새로운 것을 기획했다는 면에서 인정을 받았다”며 “기존엔 설, 추석, 크리스마스처럼 정해진 시즌 안에서 식품 팝업을 열었다면, 만우절이라는 새로운 시즌을 백화점 식품관에 들여왔다는 데 칭찬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롯데백화점 F&B 바이어들은 직접 지역을 돌며 120여 곳의 로컬 맛집과 베이커리, 카페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바이어는 “로컬 페스티벌이 많이 뜨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며 “김밥축제, 떡볶이축제 같은 것들이 트렌드라고 봤다. 지역 상생의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기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