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래픽 사진. 한경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래픽 사진. 한경DB
미국 맞춤형 인공지능(AI) 칩 설계회사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경색, 투매가 확산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나란히 급락한 데 이어 반도체 장비·소부장 종목들까지 일제히 하락하며 '패닉셀(공포 매도)' 양상이 나타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이 AI 투자 사이클 둔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반도체 업황과 실적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40% 내린 3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9.92% 하락한 207만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종목이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는 5.54% 내린 8160.59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한 데 이어 SK스퀘어(-7.57%), 주성엔지니어링(-16.17%), 리노공업(-5.52%) 등 반도체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날 반도체주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브로드컴이었다. 브로드컴은 전날(현지시간) 3분기 인공지능(AI) 칩 매출 전망으로 160억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인 163억6000만달러를 소폭 밑돌자 주가는 12.6% 급락했다. 이에 마이크론과 AMD 등 미국 반도체주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다만 미국 증시 전반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같은 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1% 상승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만 0.09% 하락했다. 브로드컴 충격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음에도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비중이 높은 탓에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이번 주가 조정을 AI 투자 사이클 둔화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과 실적 전망이 여전히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까지 높아졌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우수한 실적 발표가 예상된다"며 "다음달까지 반도체 주가 기대감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 역시 여전히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유지되고 있는 데다 차세대 HBM 공급도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삼성증권 역시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에이전트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지속될 것이란 신뢰가 높아지는 반면 D램 산업 공급 속도는 오는 2028년까지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 국면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며 "삼성전자 55만원, SK하이닉스 380만원의 목표주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 하락은 메모리 시장의 펀더멘털이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의 실적 모멘텀과 무관한 시장 소란에 의한 것"이라며 "오히려 비중 확대의 기회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