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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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이 많이 포함된 식단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장 쿠키와 핫도그, 감자칩 같은 식품이 비만과 심혈관질환을 넘어 인지 건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공중보건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이날 게재된 연구에서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가장 적게 섭취한 사람들보다 이후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58% 높았다.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날 위험도 46% 높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50세 이상 성인 5300여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평균 약 9년 동안 추적했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등 기관 소속 연구진은 교육 수준, 소득, 흡연, 신체활동, 음주 등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을 반영해 초가공식품의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여러 건강 문제와 연결된다는 기존 과학적 증거에 치매 위험을 추가한다. 초가공식품이 많은 식단은 이미 비만,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돼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 아래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식품에서 소비자들을 멀어지게 하려는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새 식생활 지침은 미국인들에게 설탕과 소금이 첨가된 고도로 가공된 칩, 쿠키, 사탕 같은 식품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영양학 연구자들은 보통 초가공식품을 가정 주방에서 일반적으로 찾기 어려운 성분을 포함한 식품으로 정의한다. 식감 개선을 위해 쓰이는 유화제나 고과당 옥수수시럽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초가공식품은 첨가당과 나트륨,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

이번 연구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생선, 가공하지 않은 육류 같은 최소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식단이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 위험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은 사람들은 가장 적게 먹은 사람들보다 치매 위험이 41% 낮았다. 이는 식단의 질뿐 아니라 '식품이 얼마나 가공됐는지'도 중요한 변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초가공식품 위험은 최다 섭취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중간 수준으로 초가공식품을 섭취한 사람들도 가장 적게 먹은 집단보다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았다. 연구 공동저자인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의 신디 렁 공중보건영양학 부교수는 초가공식품에서 오는 열량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수준이 없을 수 있음을 연구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의 유형별 영향도 분석했다. 그 결과 베이컨, 핫도그, 슬라이스 햄 같은 가공육이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 위험과 가장 강하게 연결됐다.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먹은 집단의 평균 섭취량은 하루 거의 1㎏에 달했다. 이는 가장 적게 먹은 집단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초가공식품이 치매와 인지기능 저하를 직접 유발한다고 입증하지는 못한다. 영국 리버풀대의 내분비학자 알렉스 헤니 박사는 가능한 설명 중 하나로 초가공식품이 많은 식단이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과 관련돼 있고, 이 질환들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초가공식품과 치매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새로운 연구들은 초가공식품과 치매 사이의 더 직접적인 연결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터프츠대 ‘푸드 이즈 메디슨 연구소’의 다리우시 모자파리언 소장은 일부 첨가물이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화제 같은 성분이 대표적이다. 염증은 치매를 포함한 여러 건강 문제와 관련된 요인으로 거론돼왔다.

가공육에 보존제로 쓰이는 아질산염도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 모자파리언 소장은 동물 연구에서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학습과 기억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설명했다. 초가공식품의 위험이 단순히 열량이나 지방, 소금 함량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을 둘러싼 공중보건 논의가 더 넓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정책 논의는 비만과 대사질환, 심혈관질환에 집중돼 있었지만, 인지 건강까지 위험 범위에 들어가면 식품 표시와 식생활 지침, 학교와 공공 급식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치매 위험 요인을 줄이는 식단 전략은 의료비와 돌봄 부담과도 연결된다.

남은 과제는 초가공식품의 어떤 성분과 제조 방식이 치매 위험을 가장 크게 높이는지 입증하는 것이 꼽힌다. 관찰 연구의 한계 때문에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WSJ는 "이번 결과는 가공육과 포장 스낵, 당분·나트륨이 높은 고도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 통곡물, 생선 등 최소가공식품 비중을 높이는 식단 전환이 인지 건강 관리에서도 중요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