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이피씨탄젠트(BE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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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과천 서울랜드에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무려 10만명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음악과 아트를 결합한 몰입형 경험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마의 공연이 시작될 때는 천둥소리와 같은 우렁찬 환호가 터졌다. 한국 땅에서 K팝이 아닌, EDM 장르가 열띤 호응을 얻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은 한국을 대표하는 EDM 페스티벌로, 2007년 막을 올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첫 개최 당시 한강 난지지구에서 시작했던 페스티벌은 과천 서울랜드까지 규모를 확장하며 "한국에서도 EDM이 통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이틀간 무려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바다.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BEPC) 대표 /사진=비이피씨탄젠트 제공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BEPC) 대표 /사진=비이피씨탄젠트 제공
주최사 비이피씨탄젠트의 김은성 대표는 '월디페'의 선봉장이다.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는 페스티벌의 총감독, 총연출자까지 도맡으며 페스티벌의 1부터 100까지 모든 부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월디페' 개최를 약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하루가 너무 짧다"며 웃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까지 도모하면서 세계 각국을 오가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1박 2일,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외국을 다녀오고, 해외 아티스트 및 파트너사 현지시간에 맞추려면 오후 3시, 밤 10시가 업무 개시 시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월디페' 20주년 소감을 묻자 그는 "살아남았다"는 표현을 썼다. 김 대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EDM 페스티벌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면서 "세계 유명 페스티벌이 한국에 들어와서 경쟁했다. 다 저희가 질 거라고 말했지만, 저희만 살아남았다. 20년 동안 살아남았고, 많은 분이 이 안에서 추억을 쌓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올해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떠올린 키워드는 '감사'였다고. 김 대표는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예전보다 티켓도 조금 덜 팔았다. 페스티벌에는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오지 않나. 이번에는 조금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으면 했고, 무엇보다 감사하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20주년이 어떻게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겠나. 많은 스태프가 있었고, 특히나 관객분들이 성원해 주신 덕분이다.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고 살아남은 걸 자축하고 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비이피씨탄젠트(BE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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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디페'를 대하는 김 대표의 자세는 분명하고 확고했다. 그는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 사람들이 페스티벌이 망하면 경기가 안 좋다면서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데, 진짜 이유는 관객들 모두가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EDM 페스티벌은 신나고 행복하려고 오는 거다.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비주얼도 보여야 하고, 화약도 빵빵 터진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페스티벌이다. 사진도 나 자신을 찍고, 이날을 위해서 다이어트도 한다. 강남이나 홍대에 있는 헤어·메이크업 샵이 제일 잘 되는 날이 결혼식 시즌도 아니고 '월디페' 날이라고 한다. 자기한테 주는 선물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EDM 페스티벌은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어야 한다.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페스티벌을 만드는 거다. 그게 라인업일 수도 있고, 운영일 수도 있고, 편의시설일 수도 있고, 어느 순간의 모먼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좋은 공연을 만드는 데에는, 좋은 인연들이 있어야 하는 법. 김 대표는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서울랜드에서는 F&B 푸드트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서울랜드에 입점해 있는 식당들이 1년 매출 최고치를 찍고 있다. 김 대표는 "F&B 매출을 포기하는 대신 사람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EDM) 한 우물만 판다고 얘기하지만 그 한 우물 안에는 되게 여러 개의 수맥이 있어요. 저 혼자 잘 되고가 아니라 같이 일하는 협력 업체들, 인더스트리 안에 있는 의견들이 맞아야 하는 거죠."
사진=비이피씨탄젠트(BE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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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이피씨탄젠트(BE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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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비이피씨탄젠트의 시초인 브레인 기획 대표를 거쳐 공연에 몸담은 지 벌써 24년이 됐다. 처음 공연 일을 시작할 때는 막내라는 이유로 비주류 장르였던 EDM을 맡았다. 그 인연은 길게 이어져 김 대표를 한국 넘버원 EDM 페스티벌 기획·연출자로 만들었다. "지금의 비주류, 언더그라운드는 넥스트 트렌드가 아닌가요?"(웃음)

"매 순간이 위기였다"고 말할 정도로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과감한 투자로 언택트 공연을 열어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월디페'를 일본에 진출시켜 매진 기록을 썼다. 타지역 개최 역시 꾸준히 논의 중이다.

아울러 비이피씨탄젠트는 인디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파크 뮤직 페스티벌'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오는 10월 가오슝을 시작으로 해외에 본격 진출한다. 태국의 대형 축제 '송크란'의 뮤직 페스티벌인 'K2O 송크란 뮤직페스티벌'도 김 대표의 작품이었다.

김 대표는 '월디페' 일본 공연을 떠올리며 "'한국에서 성공하면 일본에서는 쉽구나'라고 생각했다. 한국 시장이 너무 어려운 거다. 이런 한국에서 경쟁을 해버리니까 해외에 나갈 때 더 이상 두렵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해외에 저희 IP를 수출하는 것도 있지만 해외에서 봤을 때 저희는 글로벌 공연을 만드는 거다. 계속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파크 뮤직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세상의 도시 중에 공원이 없는 곳은 없다. 8년 전에 만들어진 페스티벌인데, 이름 자체를 수출을 염두에 두고 지은 거였다"고 설명했다. 언젠가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까지 진출할 수 있냐고 묻자 "공원을 이용하는 분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꿈꾸는 것 중 하나"라며 웃었다.

해외 공연과 관련해서는 "한국 아티스트는 30% 정도만 데려간다. 로컬라이징을 시켜야 한다. 그 나라 아티스트로 70%를 채운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김 대표는 '페스티벌에 미친 자'다. 페스티벌 마니아라면 김 대표의 열정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공연 현장에서 그는 아티스트 및 광고주는 물론이고 자신을 알아보는 관객들과도 인사하느라 분주하다. 그 와중에 콘솔에서 직접 큐 사인을 주며 공연을 진행하고, 스태프들의 의견도 직접 청취한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온종일 일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혹은 잠들기 전 시간을 쪼개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페스티벌 준비 과정, 공연 비하인드를 담은 장문의 글을 빼곡하게 적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 대표는 자신이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관객, 스태프의 소중함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4년 티몬·위메프 사태 때는 관객들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비이피씨탄젠트는 정산 지연 사태로 1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보면서도 위메프를 통해 예매한 관객들을 외면하지 않고 공연 티켓을 발송했다. 김 대표의 답은 간결했다. "저희를 믿고 구매해 주신 분들이니까요."
사진=비이피씨탄젠트(BEPC) 제공
사진=비이피씨탄젠트(BEPC) 제공
'월디페'의 백미는 '시그니처쇼'다. 공연 말미 하루 5만명에 이르는 예매 관객과 1000~1500여명 스태프들의 이름을 LED 스크린에 빼곡하게 쓰며 화려한 폭죽을 터트리는 쇼다. 객석에서 이를 바라보면 마치 '나'를 위해 마련해준 쇼라는 기분이 들며 특별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아티스트만 주인공이 아닌 거다. 스태프와 관객도 주인공인 문화를 만들고 있다. 페스티벌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쓰기 때문에 '시그니처쇼'인 거다. 모든 공이 저한테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이한 거라는 뜻"이라면서 "우리 스스로가 존중받는 법을 비주얼을 통해서 가장 재미있고 멋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부터 또 다시 지난 1년 간 흘린 땀을 무대로 증명한다. 오는 13~14일 '월디페'를 시작으로, 20~21일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7월 4~5일 '월디페' 도쿄, 7월 11~12일 'S2O 코리아 2026', 10월 9~10일 '파크 뮤직 페스티벌' 가오슝 등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페스티벌이 망한다면 그 이유는 저한테 있는 겁니다. 아무리 강력한 경쟁자가 있더라도 매력이 있으면 사람들은 삽니다. 제가 그들의 눈높이를 못 맞춘 거라 그 문제는 저한테 있는 거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노하우와 실력으로 끊임없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힘닿는 데까지 한 번 해보려고요."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