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을 아무리 찾아봐도…회사법이라는 이름의 법률은 없다 [강진구의 회사법 뜨락]
회사법은 상법 중 회사 관련 법체계 총칭
'상장회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최대 난제
국내 상법은 미국 회사법 영향 많이 받아
'상장회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최대 난제
국내 상법은 미국 회사법 영향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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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자문을 하다가 고객으로부터 가끔 듣는 질문이다. 언론이나 일상에서 회사법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회사법이라는 게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법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회사법이라는 이름의 법률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회사법은 기본 육법 중 하나인 상법, 그중 제 3편인 회사 편을 중심으로 회사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체계를 총칭하는 것이다. 회사와 관련해 최근에 이뤄진 일련의 법률 개정을 ‘개정 회사법’이 아닌 ‘개정 상법’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전에 없는 이름, ‘회사법’
회사에 관한 내용을 별도의 단행법으로 떼어내지 않고 상법 안에 둔 것은, 회사가 본래 ‘상인(商人)’의 한 형태라는 전통적 관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상행위를 하는 주체로서의 회사를 규율한다는 발상이 계속 이어져 지금의 체계로 굳어진 셈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난제 중 하나는 ‘상장회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이다. 현행 법제상 상장회사에 관한 규율은 한 곳에 모여 있지 않다. 상법 회사 편에서 상당수의 상장회사 특례 규정을 두고 있으나(제542조의2 ~ 제542조의14),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도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각종 공시, 인수합병 및 불공정거래 등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 체계로 인해 두 법의 적용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충돌할 때 무엇이 우선하는지 등이 늘 분명하지만은 않다. 상장회사에 관한 법률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두 법을 모두 제각각 살펴봐야 하는 실무적인 어려움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장회사 특례를 둘 중 어느 하나로 통합시키거나 아예 별도로 상장회사에 관한 법률을 만들자는 등의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해결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이 무거운 숙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상장회사에 관한 법률문제를 다루는 실무가로서는 어쩔 수 없이 두 법을 오가며 해결되지 않는 난제를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상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에서는 회사 관련 법제가 미국법의 영향을 받으며 상당히 손질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연합군은 전쟁의 원인이 일본 특유의 재벌 체제에 있다고 봤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50년 상법 개정을 통해 미국식 회사 제도를 일본법에 다수 도입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로 참고한 법률이 1933년의 일리노이주 회사법(Illinois Business Corporation Act of 1933)이었다고 한다. 당시 위 법이 미국 내에서도 선구적이고 모범적인 회사법이라 평가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1950년에 개정된 일본 상법이 우리 제정 상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결국 우리 상법 또한 시작부터 미국 회사법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던 것이다. 우리 상법이 대륙법계에 속하고 최근에 이르러서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단편적인 견해일 수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법은 박제된 법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법이다. 특히 우리 회사법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발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왔으며 최근에도 각종 개정 작업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법전이라는 집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현실과 마당 위에서 만났을 때 비로소 살아 숨 쉬는 법이다. 그래서 이 연재의 제목을 ‘회사법의 뜨락’이라 붙였다. 회사법이 다루고 있는 여러 풍경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고 뜨락이라는 말처럼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