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던 미국 증시가 지난 5일 급락했다. 예상보다 좋은 고용 지표가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우려를 부추겼고, 주요 빅테크의 잇단 자금 조달 소식도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4.18% 내린 25,709.43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6.20%)와 브로드컴(-7.92%) 등 주요 반도체 관련 주식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락한 것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0.26% 떨어졌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추정치(약 8만 개)의 두 배를 넘는 17만2000개로 발표된 것이 영향을 줬다. Fed가 금리를 낮추지 않고 연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4.7% 떨어졌다. 1년여 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S&P500지수도 이날 2.6% 하락하며 10주 연속 상승 기록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빅테크가 AI 관련 투자를 위해 잇달아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도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850억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데 이어 메타도 수십억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AI 수요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등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12일 상장하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1조7800억달러)가 부풀려졌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증시 급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SNS에 “훌륭한 일자리 보고서가 나오면 주가는 내려가는 게 아니라 올라가야 한다”며 “성장이 곧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적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