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클래식스 조희경 대표 단독 인터뷰
"클래식 품어야 메이저 뮤직 그룹 된다"
"1기는 K팝을 클래식으로, 2기는 거꾸로"
"K팝처럼 독창적 시스템·연출 지닌 K클래식 기대"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는 당시 비엔나 귀족들이 즐기던 유행 댄스곡이었어요. 시대가 요구하는 감정과 문화가 달라져 스타일이 바뀌었을 뿐, 왈츠나 지금의 K팝 댄스곡이나 본질은 똑같은 '무곡(舞曲)'입니다."
'K팝 선구자' SM엔터테인먼트가 클래식 레이블 'SM클래식스'를 세우고 세를 넓힌 지 어느덧 6년.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을 뒤흔드는 K팝 제국이 클래식 레이블을 세운 이유는 뭘까. 기틀을 다진 1기(2020~2025)를 지나, 2026년 2월 '2기 출범'의 닻을 올린 SM클래식스의 수장 조희경 대표를 서울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조희경 SM클래식스 대표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안에 마련된 피아노 앞에서 아르떼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조 대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워너뮤직코리아 등을 거치며 마케팅, 매니지먼트를 총괄한 30년 경력의 음반업계 베테랑이다.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크로스오버 가수 존노, 길병민, 이동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을 맡아왔다.
클래식과 재즈, 크로스오버 음반산업의 중심에 있던 그가 K팝의 본거지인 SM으로 둥지를 옮긴 것은 신선한 파격이었다. SM이 클래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약 350년 전 비발디에서 바흐, 모차르트 등으로 이어진 클래식은 세계 음악 산업의 뿌리"라며 "클래식을 품고 있어야 비로소 명실상부한 '메이저 뮤직 그룹'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P의 확장, K팝을 오케스트라 선율로
조 대표가 정의하는 기존 음반사와 SM의 결정적 차이는 'IP(지식재산권)의 확장성'에 있다. 음원과 음반 판매에 집중하는 음반사와 달리 SM은 그외 매니지먼트, 굿즈, 공연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레드벨벳의 곡 '빨간 맛'의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을 연주하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사진출처. SM클래식스 유튜브 채널
"지난 6년 동안 SM클래식스가 한 작업은 SM의 막강한 K팝 콘텐츠를 클래식 영역으로 확장해 독자적인 IP를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SM클래식스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엑소 '으르렁', 레드벨벳 '빨간맛', 에스파 '블랙맘바' 등 대표 히트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해 총 14곡의 독자적 IP를 확보했다. 연주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자체 결성한 'SM클래식스 타운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지난해 14곡을 담은 첫 공식 앨범 발매에 이어, 해외 활동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올해 2월,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빈 심포니가 슈퍼주니어 려욱과 협연해 현지를 매료시켰다. 2026/27 시즌에는 타이 필하모닉, 베트남 국립 심포니, 토론토 심포니 등 해외 악단과의 협업이 줄을 잇는다.
"클래식도 돈을 법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클래식화 작업은 유의미하다. 조 대표는 "클래식도 돈을 번다. 다만 시간이 축적돼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대박이 아닌 가치 있는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쌓아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롱테일(Long-tail) 비즈니스'기 때문이다. 때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음반기획사 DG 소속), 임윤찬(데카 소속) 같은 초대형 스타가 탄생하지만, 이 업계에선 매우 드문 일이다.
"도이치 그라모폰(DG)이나 데카 같은 전통 클래식 레이블의 매출은 100년 넘게 축적된 카탈로그(음원 자산)에서 나옵니다. 그 깊은 토양에서 조성진, 임윤찬 같은 스타가 탄생하죠. 이제 6년 차인 SM클래식스 역시 당장의 수익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빌드업하며 미래의 카탈로그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SM클래식스가 지난 4월 전속 계약을 체결한 소프라노 조수미. /사진출처. SM클래식스비발디가 K팝 작곡가라면?
1기가 K팝을 클래식 버전으로 만드는 기초 작업에 주력했다면, 2기는 '클래식의 K팝화'와 '아티스트 직접 영입'으로 판을 키울 예정이다. 그 신호탄이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와의 전속 음반 계약이다. 앞으로 조 대표는 SM만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접목해 '넥스트 조성진·임윤찬'이 될 젊은 클래식 스타를 직접 발굴,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작 시스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초반엔 곡 편곡 하나에 1년이 걸렸지만, 내·외부 작곡가 네트워크가 구축된 지금은 짧게는 3개월이면 완성된다. 수십 차례 수정을 거치며 단단해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 방향을 거꾸로 뒤집어볼 계획이다.
지난 4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플루티스트 한지희의 도이치그라모폰(DG)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SM클래식스 타운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했다. /사진출처. SM클래식스.
"1기가 K팝을 클래식으로 바꿨다면, 2기는 클래식을 K팝으로 만들어볼 겁니다. '비발디가 동시대 K팝 작곡가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곡을 썼을까?' 상상하는 거죠.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아이돌 그룹 '하츠투하츠'의 중독성 있는 댄스 신곡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조 대표의 최종 목표는 두 가지다. K팝처럼 직관적으로 정의되는 'K클래식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클래식을 결합한 독창적인 한국형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K클래식'을 말하지만 아직 실체는 모호합니다. K팝처럼 확실한 시스템과 독창적인 음색, 연출력을 지닌 K클래식의 정의를 내리고 싶어요. '서양에서 시작된 음악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발전시켰어'라고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꿈입니다."
SM클래식스의 2026/27 시즌 투어 포스터. /자료출처.SM클래식스.
그는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 연상되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의 서사를 한국의 신화와 결합한 뮤지컬 프로젝트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사인 SM의 인프라가 있기에, 실현 가능한 상상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어? 나 SM클래식스 알아'라는 말이 나오는 레이블. 기발하고 즐거운 상상들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이 SM클래식스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