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솔솔~  >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1회 국제 수면치유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슬립왕 선발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최혁 기자
< 잠이 솔솔~ >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1회 국제 수면치유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슬립왕 선발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최혁 기자
빨리 잠들고 싶은 날엔 목에 소형 전자 패치를 붙인다. 자는 동안엔 베개 밑 스마트폰이 뒤척임을 분석해 최적의 조명과 온도를 찾아준다. 아침이면 미리 수면 패턴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얕은 수면 구간에 맞춰 기상하도록 돕는다.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1회 국제 수면치유 박람회’에서 엿본 수면 산업의 미래다.

건강한 삶(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숙면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부터 AI 솔루션, 개인 맞춤형 침구까지 ‘슬립테크’의 발전이 잠 못 드는 현대인의 침실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AI 코치’부터 뇌파 체험까지

‘어떻게 하면 더 깊이 잘 수 있을까.’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회사 가운데 하나는 나스닥 상장사인 슬립사이클이었다. 이 회사는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없이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 수면 단계, 코골이, 기침, 호흡 이벤트를 분석한다. 이후 AI가 장기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 습관을 개선하도록 안내한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AI 수면 코치 ‘루마(Luma)’가 개인별 수면 패턴을 학습해 얕은 수면 구간에 맞춰 깨워주고 코골이 위험도 선별해준다”며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솔루션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AI 기업 중에는 벨렌텍이 눈길을 끌었다. 수면 AI 전문기업인 벨렌텍은 뇌파 동조 기술을 적용한 ASMR(자극 반응 음향) 기반 수면케어 서비스와 수면 관련 기기·서비스를 연결하는 ‘수면 AIoT 커넥티비티 허브’를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현대건설 디에이치 아파트의 ‘H-슬리포노믹스’ 수면방에 시범 적용 중이다.

벨렌텍 관계자는 “코골이 측정, 온도 제어, 조명 조절 등을 하나의 앱에서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옴니핏 부스에서는 뇌파(EEG)와 맥파(PPG)를 측정해 스트레스 지수, 자율신경 나이, 두뇌 피로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체험을 진행했다. 현재 잠들기 좋은 뇌 상태인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결과에 따라 긴장을 완화하는 뉴로피드백 훈련도 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면 전 각성 상태를 몇 분 만에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약으로 ‘잠 처방’ 받을 수도

뉴로티엑스는 목덜미에 소형 패치를 부착한 뒤 스마트폰으로 생체 신호를 확인하는 체험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 패치는 ‘비침습형 미주신경 자극 전자약’으로 심박, 뇌파, 움직임 등 생체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자극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뉴로티엑스 관계자는 “약물 없이도 자율신경 균형을 맞춰 입면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패치 하나로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매일 밤 수면 처방을 받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체험존에서는 많은 관람객이 푹신한 의자에 기대 앉아 안대와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었다. 빛과 소리 자극을 통해 뇌파를 깊은 수면 상태로 유도하는 지오엠씨의 기술 체험 공간이다. 한 관람객은 “실제로 잠이 오는 느낌”이라고 반응했다. 뇌공학 기업인 지오엠씨 관계자는 “각성 상태의 뇌를 강제로 재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면 파형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체험 부스마다 대기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맞춤형 향을 설계하는 뉴럴센트의 ‘향기 처방’ 서비스도 주목받았다. 이완 상태의 뇌파에 맞춘 향 조합을 저장한 뒤 취침 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천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조명, 온·습도, 환기, 소음까지 자동 제어하는 AI 기반 수면 환경 솔루션 ‘헤이슬립’을 선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슬립테크가 개별 가전을 넘어 주거 인프라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센서 데이터를 학습해 주거 공간 전체를 수면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약 700억달러(약 103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는 92만6582명으로 불면증 등 정신질환까지 포함하면 13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