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경제를 이해하고 있나?"…아베노믹스 설계자의 지적 [도쿄나우]
"다카이치 총리가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에 관여했던 '일본의 경제 구루'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디플레이션과 엔고에 시달렸던 아베 정권 당시와 달리 지금은 엔저와 인플레이션이 문제인 만큼, 적극재정과 감세보다 일본은행의 신속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1일 하마다 교수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정권의 경제·재정 운영에 대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최근 경제·재정 운영 지침인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통해 적극재정과 성장 투자를 앞세웠다.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 일본을 다시 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마다 교수는 AI와 첨단기술 투자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단순히 프로젝트를 만들고 정부 자금을 투입하면 상황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국가 주도 사업은 재정 규율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사업과 각종 보조금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개입하는 대형 사업이 늘어나면 기업 투자는 증가하겠지만 국민 생활에는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보조금도 수요를 떠받쳐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다 교수는 이를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에 비유하며 “국민을 달래기 위한 손쉬운 고물가 대책을 반복하면 서민을 괴롭히는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추진하는 소비세 감세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소비세가 있더라도 국민은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세율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정 지원 자체가 확대되면 물가가 더 오르고,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생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다 교수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은 감세나 보조금이 아니라 금융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현재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극도로 느리고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엔저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 연간 몇 차례씩 0.25%포인트를 올리는 수준을 넘어 보다 과감하게 금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책금리인 연 3.50~3.75%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수 있으며, 일시적으로는 일본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져도 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외환시장 개입의 효과에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마다 교수는 “엔저 흐름을 바꾸기 위해 외환시장에 아무리 개입해도 소용없다”며 “주가 하락을 각오하더라도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를 향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노믹스 당시 대규모 금융완화를 지지했던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 환경이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상황이 바뀌면 의견도 바뀌는 것”이라며 “아베노믹스 당시 일본은 엔고와 디플레이션 불황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엔저와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장기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가 상승 목표를 내세우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당시에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마다 교수는 다카이치 정권이 경제정책뿐 아니라 노동시장과 교육제도 개혁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차 아베 정권이 여성 고용을 늘렸지만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고, 능력 있는 인재도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문화 속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뛰어난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개성과 경쟁을 장려하는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집단성과 획일성을 중시하기보다 젊은 인재가 자유롭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일본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