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6시 50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157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의 첫 공식 팝업에 현장 대기를 위해 오픈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7일 오전 6시 50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앞에서 157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의 첫 공식 팝업에 현장 대기를 위해 오픈런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7일 오전 6시 50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앞. 간판도, 매장 불도 꺼진 이른 시간이었지만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개장까지 3시간 넘게 남은 상황. 일부는 돗자리와 담요를 챙겨 잠을 자고 있었다. 혹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코스프레를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줄을 선 인원만 157명이었다. 이들이 기다린 것은 도파민스테이션 자체가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즐겼던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의 첫 공식 팝업스토어였다.

새벽 1시부터 줄을 선 김모씨(23)는 "막차 타고 와서 기다렸다. 첫차 타고 오면 늦는다"며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는 게임인데 12년 만에 처음으로 팝업을 열어서 왔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에 대한 애착은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날 팝업을 찾은 팬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한때 초등학생 이용자였던 이들이 시간이 지나 지식재산권(IP) 소비 핵심층으로 성장한 것이다.

1분만 늦어도 4000명 대기…사전 예약부터 '피켓팅'

지난 26일 오전 10시 35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내 열린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 팝업스토어 현장 대기가 접수 마감됐다. 도파민스테이션이 문을 열자마자 현장 대기 접수가 끝난 셈이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6일 오전 10시 35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내 열린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 팝업스토어 현장 대기가 접수 마감됐다. 도파민스테이션이 문을 열자마자 현장 대기 접수가 끝난 셈이다. /사진=박수빈 기자
팝업을 찾은 1020은 어린 시절 즐겼던 IP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팝업은 사전 예약 때부터 '피켓팅'을 불렀다. 1분 늦게 예약 창에 들어가도 4000명 대기란 안내 말이 뜰 정도였다. 정연주 양(17)은 "저는 시간 되자마자 딱 들어갔는데 제 앞에 1000명, 2000명이 있었다. 들어가니 초반 일주일인 이미 마감이었다"고 말했다. 정 양과 함께 온 강승휘 양(17)은 "전 1분 늦게 들어가니 4000명이었다"며 "그래서 친구랑 같이 못 들어간다. 친구는 팝업 첫 타임인 10시30분에 들어갈 수 있는데 저는 1시간 반 늦게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내 열린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 팝업스토어 입구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입장 대기자들은 삼삼오오 앉아서 입장을 기다리거나, 굿즈를 교환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내 열린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 팝업스토어 입구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입장 대기자들은 삼삼오오 앉아서 입장을 기다리거나, 굿즈를 교환했다. /사진=박수빈 기자
사전 예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현장 대기를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 새벽부터 도파민스테이션 입구 앞에 긴 줄이 늘어선 이유다. 이번 팝업만 6번째 찾았다는 김씨(23)는 "갖고 싶은 굿즈가 있는데 올 때마다 못 구해서 6번 왔다"며 "첫차 타고 오면 6시 20분쯤인데 새벽 5시부터 이미 줄이 길게 서서 그때 가면 늦는다. 150번대 받으면 5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그래서 1시에 왔는데 이미 제 앞에 2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입장 단계에서부터 팬덤 규모를 증명한 셈이다.

20대뿐만 아니라 10대도 굿즈 소비 시장에서 '큰손'이었다. 부산에서 새벽 4시 기차를 타고 올라온 신효은 양(18)은 "현장 구매랑 예약 주문까지 해서 20만원 썼다"며 "이렇게 팝업에 오는 것도, 굿즈를 사는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사는 건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했는데, 처음 한 게임이라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35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내 열린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 팝업스토어를 찾은 김모씨(23)는 키캡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팝업만 6번을 찾았다. 김씨가 이날 구매한 굿즈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6일 오전 10시 35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 내 열린 모바일게임 '좀비고등학교' 팝업스토어를 찾은 김모씨(23)는 키캡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팝업만 6번을 찾았다. 김씨가 이날 구매한 굿즈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어린 이용자가 미래 소비자로…장수 IP의 생존 공식

1020 팬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단순히 굿즈의 소장 가치 때문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함께한 게임이라는 경험이 시간이 지나 IP에 대한 애착과 소비로 이어졌다. IP 업계에서는 이처럼 어린 시절 형성된 경험이 장기 팬덤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한 번의 경험이 시간이 지나 충성도 높은 소비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장형 팬덤'의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다. 올해 23주년을 맞은 메이플스토리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팬덤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 초등학교 시절 게임을 즐겼던 일명 '메이플 키즈'들이 시간이 지나 핵심 팬덤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관람객들이 메이플스토리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팬 일부가 주황버섯 모자 굿즈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관람객들이 메이플스토리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팬 일부가 주황버섯 모자 굿즈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소비력을 갖춘 메이플 키즈들은 IP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굿즈뿐만 아니라 협업으로 테마파크 입장객도 늘어났을 정도다. 이해열 롯데월드 마케팅부문장은 "메이플스토리 주 이용층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인 것으로 아는데 여기에 굉장한 팬심이 있는 유저들, 특히 남성 고객분들이 많이 왔다"며 "협업 이후 영어덜트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게임을 경험한 이용자가 시간이 지나 소비력을 갖춘 팬으로 성장하면서 IP 생명력도 함께 길어지고 있다. 좀비고등학교가 12년 만에 첫 공식 팝업스토어를 연 시점도 팬들이 소비력을 갖춘 나이대가 된 시기와 맞물린다. 현장에서 정양은 "초등학생 때는 반 애들이 거의 다 좀비고를 했다"며 "지금도 반에서 2~3명은 아직도 한다. 하지 않더라도 다 알고 있어서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는 친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