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출산 장려하는 사회의 불편한 사각지대
저출생을 개인의 선택이나 가치관의 문제로 설명하는 데 익숙한 사회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왔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가 아니라 ‘누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의 신간 <저출생 우생학 사회>는 한국의 초저출생을 ‘구조적 우생학’이라는 개념으로 읽어낸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경제력과 안정된 일자리, 돌봄 자원을 갖춘 일부만 부모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며 ‘정상’ 부모를 선별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지난 20여 년간 7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이 1.0을 넘지 못한 이유를 찾는다. 고졸 여성의 출산율 급감,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는 현실, 신혼부부 중심의 지원 정책 등 다양한 통계와 인터뷰를 엮어 출산이 ‘권리’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특권이 된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미혼모, 성소수자, 한부모 등 ‘정상가족’의 기준 밖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는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저출생의 얼굴을 드러낸다.

다소 도발적인 개념인 만큼 국가의 저출생 정책을 우생학에 빗대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강점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처방을 늘어놓기보다, 누가 배제되고 있는지를 묻는 데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