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대제국은 왜 더 빨리 쓰러질까…부·권력 집중이 치명적 약점
국가의 평균 수명은 326년이다. 그런데 영토 100만㎢가 넘는 ‘메가 제국’은 평균 155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거대한 나라일수록 오래 살아남으리라는 상식과 반대다. 몸집을 키운 거인일수록 쓰러질 때는 더 크게 휘청였다. 신간 <골리앗의 저주>는 이 역설에서 출발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실존적위험연구센터의 연구원인 저자 루크 켐프는 우리가 ‘문명’이라 불러온 것을 ‘골리앗’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른다. 소수가 폭력과 위협을 이용해 자원과 노동을 장악하는 지배적 위계구조다. 국가와 제국의 찬란한 유산 뒤에는 노예제와 전쟁, 착취와 불평등이 있었다. 저자는 궁전과 무덤, 지배층의 기록을 중심으로 쓰인 역사가 인류의 1%만을 비춰왔다고 지적하며, 붕괴를 경험한 나머지 99%의 삶으로 시선을 돌린다.

책은 수렵채집 공동체부터 고대 이집트와 중국, 로마, 카호키아와 현대 소말리아까지 수천 년을 종횡무진한다. 300개가 넘는 국가의 수명을 정리한 데이터와 대규모 역사·고고학 자료를 토대로 골리앗이 성장하고 무너지는 공통된 경로를 추적한다. 약탈하기 쉬운 잉여 자원이 생기고 무기와 정보가 독점되며, 사람들이 지배를 피해 떠나기 어려워질 때 권력은 집중된다.

관료제와 군대가 비대해지고 부가 상층에 쏠릴수록 국가는 강해 보이지만 내부의 회복력은 오히려 약해진다. 전쟁과 가뭄, 전염병은 단독 요인이라기보다 이미 취약해진 체제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충격에 가깝다. 저자가 붕괴의 ‘핵심 변수’로 지목하는 것은 불평등이다.

가장 도발적인 주장은 국가의 몰락이 언제나 민중의 파국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로마의 멸망’을 애도하는 관점에서 벗어나면 무너진 것은 사회 전체가 아니라 지배 엘리트가 세운 골리앗일 수 있다는 얘기다.

수천 년의 서로 다른 사회를 하나의 공식으로 묶는 과정에서 역사의 복잡성이 납작해지고, 후반부의 해법이 원칙론적으로 들리는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이 방대한 책은 질문을 남긴다. 문명을 위협하는 것은 부와 권력을 끝없이 독점하는 내부의 골리앗이 아닐까.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