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가 위암 로봇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가 위암 로봇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위암 환자는 수술 전후 5~10일가량 입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사진)의 환자는 다르다. 수술 후 이틀이 지나면 퇴원 절차를 밟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위·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수술 후 퇴원이 빠른 갑상샘암, 유방암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결은 정교한 환자 관리와 맞춤 수술이다. 그는 “환자에게 수술 후 상처 등이 적게 남아야 일상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며 “치료 대상은 위암이지만, 수술 성적과 회복 속도의 경쟁 대상은 갑상샘암, 유방암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수술법조차 매 순간 혁신

위암 로봇수술로 이틀 만에 일상 복귀…위기능 보존 수술법 개발
김 교수는 로봇을 활용해 위암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다. 세계 최다 위암 로봇수술 기록을 쓰고 있는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교수에 이어 국내에서 위암 로봇 수술을 두 번째로 많이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와 비교해도 정상에 선 외과 의사지만 김 교수의 수술 프로토콜은 매 순간 바뀐다. 그를 돕는 후배 의사와 간호사도 환자 케어를 오랜만에 맡으면 수술 전후 과정부터 식사까지 다시 익혀야 할 정도다.

그의 목표는 위암 환자가 더 편하고 안전하게 퇴원하도록 돕는 것이다. 입원 기간의 단축도 그중 하나다. 암 수술은 환자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치료 전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간단한 수술을 받고도 환자가 오랜 기간 고생할 수 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영양 관리와 수술 중 마취 등 챙겨야 할 게 많다. ‘빠른 퇴원’은 환자에게 후유증과 상처 등을 덜 남긴 수술을 했다는 간접 지표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의 환자는 수술 당일 아침에도 음식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수술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금식 시간은 12시간을 넘지 않는다. 고령 환자는 공복이 길어지면 수술 후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진다. 젊은 환자도 영향을 받는다. 그가 집도한 환자 절반은 배액관 없이 수술을 마무리한다. 소변줄은 90%, 콧줄은 99% 환자가 생략한다. 그는 “수술용 소변줄은 수술방에서 제거해 입원실로 올라가면 바로 걸을 수 있다”며 “환자 통증을 최소화하면서 금식 기간, 누워 지내야 하는 시간을 줄여 빠른 복귀를 돕고 있다”고 했다.

◇세계 1위 암병원과 수술법 개발

로봇 수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배를 여는 수술보다 절개 부위를 줄여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로봇을 활용하면 카메라로 넓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손 떨림 등을 보정해 수술 중 생기는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수술 부위를 3차원(3D)으로 확대해 집도의가 환자 뱃속에 들어간 것처럼 생생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동을 위해 걸어가는 것을 개복수술이라고 한다면 자전거를 타는 것은 복강경 수술, 엔진과 에어컨이 달린 자동차를 타는 것은 로봇 수술로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모토로 삼은 것은 약체였던 영국 사이클 국가대표팀을 2008년 세계 1위 강팀으로 키운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감독의 ‘1%의 노력(Aggregation of marginal gains)’이다. ‘손씻기 습관’처럼 하찮게 여겼던 사소한 단계마다 조금씩 개선해 ‘강팀’을 만든 것처럼 입원부터 처치, 수술 등 전 과정을 개선하는 데 힘써 ‘최고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재입원 위험이 높은 환자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혈액 지표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추후 문제가 생길 만한 환자를 잘 선별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라고 했다. 수술 후 건강 상태가 나빠질 만한 환자에겐 혁신 치료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란 뜻이다.

그는 이런 도전과 혁신 정신을 암에서 배웠다. 암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면역을 피하기 위해 표적이나 형태를 바꾼다. 적과 싸우려면 적에게서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표준 치료법을 잘 익히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계속 모습을 바꾸는 암과 싸워 이기려면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가 암검진, 적극 받아야”

세계 위암 표준 수술법을 바꾸는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3월 세계 1위 암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메이요클리닉, 일본 게이오대병원 연구진과 상부 위암 환자의 수술을 최소화하는 ‘근위부 위절제술’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암이 위 상부에만 있으면, 위를 모두 절제하지 않고 일부만 절제해도 생존율 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위암은 완치율이 높다. 조기에 찾아 빠르게 수술하는 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기 위암은 증상이 없다. 종종 소화불량으로 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위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있지만 이는 우연일 뿐 조기 위암 자체가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사례는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국가 암 검진만 주기적으로 받아도 의사가 ‘손도 못 쓸 상황’에서 암이 발견될 일은 없다”며 “2년마다 시행하는 검진을 잘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위암 발병 요인은 명확하지 않다. 짜고 매운 음식, 훈제나 저장 음식 등에서 생기는 나이트로소아민 등 발암물질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음주, 흡연, 헬리코박터균, 유전 등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최근 복막 전이 환자 치료 성적을 높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복강에 직접 항암제 등을 바르는 복강 내 항암요법은 물론 동물모델을 이용해 복막을 잘라내는 수술법까지 다양한 대안을 찾고 있다. 그는 “과거엔 복막 전이 환자가 대부분 세상을 떠났지만 최근엔 약이 좋아지면서 생존 기간이 길어졌다”며 “이들을 위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 약력

△2000년 연세대 의대 졸업
△2013년~ 현재 세브란스병원 외과학교실 교수
△2018~2020년 토론토대 분자영상학 펠로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