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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아쉬운 한국 의원들의 미국행
이상은 워싱턴 특파원
지난해 3월 한미의원연맹이 출범했을 때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의 발언이다. 여야 의원 162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한 이 연맹은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의장을 맡는 등 초당적 성격이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초당적인 대미 아웃리치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연맹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항상 같은 美 의원들만 만나
이후 워싱턴DC에는 한국 의원의 발길이 수시로 이어졌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만나 한국의 이해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고 한·미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워싱턴 현지 한국인 사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의원들의 미국행에 대한 기대가 줄고 있다.물론 의원들이 와서 편히 쉬다가 가는 것만은 아니다. “쉴 틈 없이 면담이 이어지는 강행군을 했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누구를 만났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들어보면 매번 대동소이하다. 미국 상하원의 한국계 의원이나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의원을 중심으로 면담 일정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의원들도 아쉬움을 느끼지만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촉박하게 면담 일정을 잡기 때문이다. 미국 의원을 만나겠다며 사흘 뒤에 면담을 잡아달라고 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현지에선 “사흘 전에 면담을 요청하고 그게 성사되리라고 가정하는 게 더 이상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것이 주미대사관의 단골 로비스트 A씨다. 2021년 10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왜 A씨의 회사에 계속 용역을 맡기느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이수혁 주미대사의 답변이 가관이다. “이 컨설턴트의 목적은 의원님들의 의회 방문을 주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흘 전에 "만나자" 결례까지
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바뀐 게 없다. 비판이 지속되고 있지만 주미대사관으로선 대안이 없다. “의원들의 요청에 맞춰 사흘 만에 면담을 잡아 줄 수 있는 이는 그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로비스트는 그런 일을 하지도 않는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한국식 업무 흐름에 특화된 A씨의 요청에 맞춰 한국 의원을 만나주는 미국 의원들의 목록이 바뀔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미국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시점을 정해 놓고 “며칠 뒤에 잠깐 시간을 내 만나달라”는 요청 자체가 상당한 결례다. 만남에 특별히 급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단골 이슈는 쿠팡, 대미 투자, 관세 등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할 주제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자면서 비행기 티켓을 끊은 뒤에야 연락한다면 황당한 일이다. 성과가 날 리 없다.
한국 국회에는 한미의원연맹이 있지만 이 조직엔 미국 의원이 없다. 한국 의원으로만 구성돼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형식의 활동이 계속된다면 한·미 양국 관계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사진 찍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세금 낭비이기도 하지만 귀중한 기회, 소중한 동맹의 자산, 주미대사관의 외교 역량을 헛되이 소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