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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들 공모주 의무보유확약 3.5% 불과…IPO 직후 팔아치운다
장기투자 외면하는 기관
코스닥 IPO, 팬데믹 때만큼 냉각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은 1곳뿐
상장 3개월 후 주가 하락률 34%
공모주 투자 심리 위축 '악순환'
코스닥 IPO, 팬데믹 때만큼 냉각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은 1곳뿐
상장 3개월 후 주가 하락률 34%
공모주 투자 심리 위축 '악순환'
수요 예측에서 기관투자가가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의무보유확약’을 외면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이 상장 후 일정 기간(15일~6개월)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장치다. 정부는 기관의 ‘단타’를 막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확약을 걸면 주식을 우선 배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시장에선 다시 단기 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올해 공모주 시장 경색과 상장 기업의 부실 우려가 겹쳐 기업공개(IPO) 시장 본연의 ‘생산적 금융’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하반기 IPO 수요 예측 경쟁률 뚝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IPO 수요 예측을 진행한 기업 7곳의 평균 경쟁률은 420.8 대 1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평균 경쟁률(1012.7 대 1)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889 대 1)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수요예측은 기관투자가들이 낸 가격과 수량 주문을 통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장기 투자 의지를 반영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7.58% 수준이던 기관 확약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33.57%, 올 상반기 41.98%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 들어 3.56%로 크게 낮아졌다.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은 기관은 상장 당일 즉시 공모주를 처분할 수 있다.
이를 두고 IB업계에서는 “상장 초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공모기업은 상장 당일 처분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모주를 받아낼 때만 생색내기용 확약을 거는 기관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새내기주가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이내 공모가 밑으로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로 기관의 단타가 지목되는 배경이다.
이처럼 수요 예측이 왜곡되면서 수요 예측에 반영되는 기관의 투자심리를 공모주 투자 기준으로 삼는 개인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의 부담도 커졌다. 의무보유확약 물량을 30%까지 채우지 못하면 주관사는 전체 공모 물량의 1%(최대 30억원)를 인수해 6개월 동안 의무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 시기 수준으로 후퇴한 IPO
수요 예측 제도가 흔들리는 사이 성장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IPO 시장의 생산적 금융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IPO 조달 규모와 건수 모두 크게 감소하며 성장 업종 기업의 증시 입성을 통한 자금 선순환이 정체됐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시장 IPO 성적표는 예년 수준을 밑돌았다. 2026년 상반기 공모 금액은 6347억원(16건)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된 2020년 상반기(3579억원·12건)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한 곳에 불과했다.증시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실화하는 기업이 나오며 공모주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진첨단소재다. 지난해 3월 상장한 대진첨단소재는 상장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거래소가 부실기업의 우회 입성을 막겠다며 정성평가 잣대를 강화했으나, 정작 심사를 거쳐 상장한 기업에서 부실 사태가 터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정성평가를 강화하면서 유망 벤처기업의 상장 문턱이 높아졌는데 실질적인 위험을 걸러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규제 강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요 예측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벤처 자금 조달 생태계를 재정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