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광역지자체의 취득세 징수 현황을 취합한 결과 서울시를 뺀 15개 시·도가 올해 상반기 걷은 부동산 취득세는 6조4935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7조2493억원)보다 10.4% 줄었다. 15곳 가운데 13곳이 감소했다. 경상북도가 30.5% 줄어 낙폭이 가장 컸고 이어 인천시(-24.7%) 대전시(-18.4%) 충청남도(-17.0%) 세종시(-16.7%) 강원도(-16.3%) 순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3조4626억원에서 3조9453억원으로 13.9% 늘었다.
취득세는 지방세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세목이다. 지난해 전국 지방세 120조9000억원 중 27조5100억원(22.8%)이 취득세였다. 취득세 감소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영향이 컸다. 올 상반기 지방의 주택 준공은 5만810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51.4% 급감했다.
지자체들은 세수 부족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나라사랑공원을 비롯한 5259억원 규모 8개 사업을 중단하고 제2시립미술관 등 29개 사업을 장기 재검토 대상으로 돌렸다. 강원도는 5000억원 규모의 도청 신청사 이전을 연기했다. 충청북도는 충북아트센터 건립 등 4개 사업을 접었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 24% 감소…지방 '세수 펑크' 더 악화된다 광역자치단체 부동산 취득세, 작년보다 10% 줄어
지방자치단체가 취득세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새 아파트 공급이 급감한 데 있다. 올 상반기 지방의 주택 준공 물량이 ‘반토막’ 난 데다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집까지 쌓이면서 앞으로 들어올 세금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서울은 높은 집값과 부동산 시장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를 예산보다 2조3414억원 더 걷었다. 서울과 지방 간 자산 격차가 지방정부의 세수 격차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아파트가 끊겼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방의 주택 준공 물량은 5만810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51.4% 급감했다. 새 아파트가 준공돼 소유권 취득과 입주가 이어지면 지자체에 취득세가 들어오는데 그 세원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경남이 대표적이다. 경남의 올 상반기 부동산 취득세는 327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5% 줄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이 12.3% 늘었는데도 세금은 오히려 덜 걷혔다. 신규 아파트 준공이 40.7% 급감한 탓이다.
미분양이 증가한 영향도 컸다. 올 6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2만9786가구 가운데 2만5091가구, 84.2%가 지방에 몰렸다. 대구가 3575가구로 가장 많았고 부산(3292가구), 경남(3226가구) 등도 3000가구가 넘었다. 다 지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소유권 이전에 따라 들어올 취득세 징수도 그만큼 늦어진다.
문제는 ‘취득세 절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지방 주택 인허가는 4만8665가구로 24.5% 감소했다. 인허가는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지는 첫 단계다. 지금 인허가가 감소하면 몇 년 뒤 준공과 입주 물량도 함께 줄어 취득세 감소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새 아파트 입주가 많은 지역은 세수가 늘었다. 울산은 올 상반기 부동산 취득세가 16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1% 증가했다. 신규 분양 물량이 늘면서 400억원 넘는 세금이 더 들어왔다. 대구도 부동산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22.0% 늘었다.
기존 주택 매매가 증가했지만 지방 시·도의 취득세 감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는 39만62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거래량은 18만4642건으로 7.6% 증가했다.
취득세는 주택 가격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는 만큼 같은 한 채가 거래돼도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 더 많은 세금이 걷힌다. 서울의 지난해 부동산 취득세 결산율은 148.0%에 달했다.
◇다른 세원도 부족…재정 격차 확대
쓸 돈은 늘어나는데 거둬들이는 돈은 줄고 있다. 서울, 제주를 뺀 15개 시·도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4.9% 늘린 281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올 상반기 부동산 취득세는 10.4% 줄었다. 경북은 예산을 5.6% 늘렸지만 취득세는 30.5% 감소했다. 대전도 취득세가 18.4% 줄었고 충남(-17.0%), 강원(-16.3%)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취득세 감소를 메울 다른 세원도 넉넉하지 않다. 기업이 내는 법인지방소득세가 대표적이다. 경북의 법인지방소득세는 2022년 4488억원에서 지난해 2824억원으로 37% 줄었다. 구미는 1420억원에서 726억원, 포항은 1491억원에서 571억원으로 급감했다. 대구도 1799억원에서 1295억원으로 감소했다.
법인지방소득세가 광역지자체에 직접 돌아가지 않는 지역도 있다. 도 지역에서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세다. 경북의 경우 도내 22개 시·군이 걷은 금액을 합한 것으로 경상북도가 직접 걷는 몫은 없다. 도가 산업단지 도로 등 기반시설에 돈을 투입해 기업을 유치해도 관련 세수는 시·군에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광역지자체인 대구는 시가 직접 걷는다.
자체 세입이 줄면서 중앙정부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올해 예산에서 국고보조금 비중은 전북 37.2%, 대전 35.6%, 경남 34.6%였다. 서울의 22.6%보다 크게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