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버거킹 제품혁신센터장. /사진=박상경 기자
최영진 버거킹 제품혁신센터장. /사진=박상경 기자
"한 입에 베어 물던 와퍼를 셰프가 해체해 코스 요리로 대접합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버거킹 매장에 파인다이닝 코스를 맛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이 들어섰다.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대표 메뉴를 '해체'해 사전 예약제 코스 요리를 내놓은 것은 전 세계 버거킹 매장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버거킹 운영사 BKR은 26일 서울 성수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1호 플래그십 매장 '플레임그라운드(Flameground)'를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공간은 일반 매장(메인 홀) 안쪽에 비밀스럽게 마련된 10석 규모의 프라이빗 다이닝 룸 '더 개스트로'다. 1인 8만9000원에 버거킹의 대표 제품 '와퍼'를 재해석한 파인다이닝 코스를 선보인다.
더 개스트로. /사진=박상경 기자
더 개스트로. /사진=박상경 기자
더 개스트로는 직화 패티와 참깨번, 피클, 양파, 토마토 등 와퍼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을 코스별로 하나씩 풀어내 한 편의 이야기처럼 재구성했다. 채소와 번, 패티를 거쳐 양파를 활용한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6가지 본 코스에 고급화한 사이드 메뉴 3종을 더해 총 9가지 디시를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주류(5만9000원) 및 논알코올(3만4000원) 페어링도 갖췄다. 공식 오픈 전이지만 입소문을 타며 다음달 중순까지 사전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최영진 버거킹 제품혁신센터장은 "이번 와퍼 재해석을 시작으로 향후 시즌별로 버거킹의 다양한 브랜드 자산을 새로운 코스 요리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브로일러' 모티프 미디어아트·키네틱 전시…성수 로컬 문화 결합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동선을 하나의 전이 공간처럼 구성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동선을 하나의 전이 공간처럼 구성했다. /사진=박상경 기자
불이 번지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한 통로. /영상=박상경 기자
불이 번지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한 통로. /영상=박상경 기자
플레임그라운드는 매장 전체가 버거킹의 조리 철학인 '직화(Flame-Grilled)'를 공감각적으로 느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건물 외관과 입구 게이트는 붉은 벽돌과 조명을 활용해 불이 번지는 듯한 전이 공간으로 연출했고, 패티를 굽는 조리 장비인 '브로일러'를 디자인 모티프로 삼아 내부 몰입감을 높였다.

국내 신진 아티스트 5인과의 협업 아트워크도 곳곳에 배치됐다. 패티를 굽는 핵심 장비인 브로일러의 움직임과 열기를 소리·빛으로 시각화한 전형산 작가의 미디어아트 'Flame Noise'를 비롯해 김도현·정우원·양정욱·안도현 작가의 작품들이 불과 숯,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며 공간의 정체성을 더했다.
버거킹 플레임그라운드 한정 메뉴 왼쪽부터 '필리치스테이크', 'K-큐브 갈비 버거', '맴피스 BBQ 버거'. /사진=박상경 기자
버거킹 플레임그라운드 한정 메뉴 왼쪽부터 '필리치스테이크', 'K-큐브 갈비 버거', '맴피스 BBQ 버거'. /사진=박상경 기자
메인 홀에서는 플래그십 한정 시그니처 버거 3종(K-큐브 갈비 버거, 멤피스 BBQ 버거, 필리치즈스테이크)을 판매하며 성수동 로컬 브루어리 '서울브루어리'와 협업한 전용 캔맥주 3종(서울 라이스 라거·골드러쉬 캘리포니아 커먼·샐린저 호밀 아이피에이)도 선보인다. 패티 파우치, 코스터 세트, 콜드컵 등 매장 전용 굿즈도 마련했다.

이성하 버거킹 마케팅총괄(CMO)은 성수동을 플래그십 입지로 낙점한 배경에 대해 "과거 공업단지로서 철과 불을 다루던 성수동의 역사와 붉은 벽돌 유산이 버거킹의 직화 불맛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 1조1000억·매장 600개'" 목표

플레임그라운드에서 판매하는 버거킹 굿즈. /사진=박상경 기자
플레임그라운드에서 판매하는 버거킹 굿즈. /사진=박상경 기자
버거킹이 이 같은 파격적인 플래그십을 선보인 배경에는 국내 QSR 시장에서의 가파른 외형 성장과 글로벌 표준을 넘어선 독자적인 매장 실험 의지가 깔려 있다.

이동형 BKR 대표는 "올해 매출 1조1000억원 달성에 도전하고 전국 매장 600개 돌파도 목전에 둔 시점"이라며 "이 같은 외형 성장에 도달한 만큼 전국 단위의 보편적 마케팅만으로는 브랜드의 깊이를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본사의 표준 포맷을 넘어선 '한국 매장의 독자적 진화'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 매장에 적용 중인 '로열' 콘셉트를 넘어 한국은 디지털을 결합한 '로열 픽셀'을 선제 도입한 바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본사 내에서도 시장 성숙도가 가장 높은 곳인 만큼,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단계를 넘어 '플레임그라운드'처럼 매장 포맷을 스스로 진화시키는 최종 단계에 올라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임그라운드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에 총 90석(더 개스트로 10석 포함) 규모로 들어서며 다음달 10일 정식 개장한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