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육성에 5조원을 투입한다. 내년에만 1조3000억원을 우선 편성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관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휴머노이드 1080대 구입

휴머노이드·피지컬 AI에 4년간 5조 투자
기획예산처는 27일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향후 5년간의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1일 열린 1차 협의회에서는 교육교부금 개편과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다뤘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우리 경제의 다음 성장엔진’이 핵심 주제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세계는 피지컬 AI와 그 집약체인 휴머노이드 로봇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미국은 자본으로, 중국은 규모로 달려가고 있으며 앞으로 3년이 기술과 표준의 주인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기를 놓치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이어 피지컬 AI 생태계마저 해외에 종속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제조기업 현장과 AI를 잇는 고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내년 6000억원을 우선 배정하고, 2030년까지 총 2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현재 45%에 그친 휴머노이드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5년 뒤 80%로 끌어올리고, 10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국산 휴머노이드의 수요 시장을 정부가 개척하기 위해 내년 250대, 2030년까지 1080대의 로봇을 직접 사들인다. 정부는 이 로봇을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쓰는 국내 대학과 국책 연구기관 등에 보급할 계획이다.

4족 보행 로봇 등 비(非)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사들이는 로봇은 내년 약 1700대, 2030년까지 약 5000대로 늘어난다. 예산처 관계자는 “로봇의 두뇌, 몸체, 반도체를 잇는 휴머노이드 운영체제(OS)도 2031년까지 국산화하고, 로봇과 산업현장 지식을 갖춘 인재를 2030년까지 약 2만 명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300곳에 최대 100억원 지원

농업, 제조, 건설, 돌봄 등 8대 분야에 피지컬 AI를 적용하는 실증사업도 벌인다. 내년 예산 7000억원, 2030년까지 2조8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내년에만 500개 이상의 현장에서 실증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에 AI 농기자재 공유센터를 설치해 농민이 첨단 농기계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인구감소지역 요양시설과 장애인거주시설에 재활보조 로봇을 배치한다. 예산처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현장에 적용해 봐야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며 “하반기 예산 집행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 밖에 정부는 신(新)안보, 제약·바이오, 기후테크, K소비재 4대 분야에서 성장성과 잠재력을 모두 갖춘 혁신기업을 매년 300곳씩 선발해 최장 5년, 최대 100억원 이상을 집중 지원한다. 처음 정부 지원을 받고 2년 후 목표치를 달성하면 3년간 추가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혁신기업은 교수와 연구원, 벤처캐피털(VC)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평가단이 선발한다. 예산처는 내년 예산으로 2388억원을 배정했다.

이번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는 22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671개 중소기업 지원사업도 전면 점검했다. 그 결과 절반에 달하는 232개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감액하기로 결정해 내년 예산안 기준 4조원 가까이 줄였다. 박 장관은 “중소기업 지원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검증된 사업에 재투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