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례 
첸나이무역관장
최명례 첸나이무역관장
매일 아침 인근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남인도의 수호신 ‘무르간’을 향한 찬가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흔히 미디어 속 인도는 향신료 가득한 시장과 화려한 전통 의상 사리, 북적이는 거리와 삼륜차의 경적 소리 등 이국적인 관광지와 문화 체험 공간으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목격하는 인도의 진면목은 완전히 다르다. 찬가가 채 가시기도 전에 도심 곳곳에서는 지하철 연장 공사와 고가도로 건설이 이어지고, 외곽 도로에는 초대형 물류 트럭이 줄지어 달린다. 붉은 흙먼지 날리는 건설 현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인도의 변화가 피부로 와닿는다.

이 같은 변화의 열기는 타밀나두주 투자유치 전담 기관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들은 사전에 취합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직접 준비해 설명했다. 참석자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태도를 보였다. 인도가 글로벌 제조 기업을 끌어들이며 첨단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글로벌 자본의 인도 투자 열기도 뜨겁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와 인도 상공부에 따르면 인도는 연간 389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며 그린필드 투자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디지털·첨단 인프라 투자의 30% 이상을 인도에 집중하고, 최근 5년간 유럽연합(EU)의 신흥국 제조업·인프라 그린필드 투자 중 35%가 인도로 쏠린 점은 인도가 글로벌 핵심 생산 기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가동과 대만 PSMC·타타그룹의 10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팹 착공이 이어지며 인도는 첨단 반도체 제조국으로 발을 내디뎠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의지는 확고하다.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조선 등 고부가가치 기술 집약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60억달러 규모의 생산연계인센티브를 고도화하고 150억달러 규모의 국가 반도체 육성 정책 2단계를 추진 중이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생태계 내재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조선 산업 또한 ‘해양 강국 비전 2047’에 발맞춰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메가 야드 건립 논의가 타밀나두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물류망과 자원 공급망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덕분에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던 물류비는 2024회계연도 기준 GDP의 8%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아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약 380억달러 규모의 핵심 광물 정책을 통해 원자재 자립 기반도 다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는 한국 기업에 중대한 기회다. 인도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전용 산업단지’ 조성을 제안했고, 주 정부 차원에서도 전용 산단 구축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증, 통관, 행정 절차 등 현지 진출 과정에서 마주하는 과제가 적지 않지만, KOTRA와 인도 정부가 운영하는 ‘코리아 플러스’ 및 ‘한·인도 패스트트랙’ 등 전담 협력 창구를 활용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짠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무거운 틀을 깨고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한 거인 인도의 대전환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설 확실한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