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실력을 지닌 연주자는 많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음악가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차세대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 금호문화재단의 교육 현장을 따라가 봤다.
지난 2일 금호문화재단이 개최한 '금호매니지먼트스쿨'에서 한 예원학교 학생이 영상 인터뷰 실습을 하고 있다./사진=금호문화재단
지난 2일 금호문화재단이 개최한 '금호매니지먼트스쿨'에서 한 예원학교 학생이 영상 인터뷰 실습을 하고 있다./사진=금호문화재단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 이 공연장 한쪽에 마련된 강의실에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금호문화재단이 금호콘서트오디션에 합격한 주니어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셀프 브랜딩 비법을 가르치는 ‘매니지먼트 스쿨’ 현장이었다. 피아노·바이올린·더블베이스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 15명은 이 시간만큼은 악기를 잠시 내려놓고 아티스트로서의 자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수업은 학교나 레슨 시간에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핵심은 나만의 프로필 작성하기. 연주자는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 공연 기획자나 언론, 잠재적 후원자 등 수많은 대외 관계자와 만나 소통하게 된다. 개인의 고유한 강점이 담긴 프로필을 미리 준비해둬야 하는 이유다. 금호문화재단 관계자는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시대일수록 나만의 확실한 강점을 파악해 다른 사람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콩쿠르나 일상 속 음악활동에서 느낀 감정을 돌이켜보면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필의 디테일이 연주자의 신뢰도를 좌우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수상 이력에 작성하는 콩쿠르 명칭은 약어가 아닌 주최 측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프로필 사진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얼굴을 반쯤 가린 독특한 연출이나 화려한 배경의 프로필 사진이 유행하고 있는데, 기본으로 돌아가 연주자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는 깔끔한 사진을 갖춰두는 편이 좋다. 프로필 사진은 항상 고화질 파일로 보관하고, 사진작가의 저작권 표시를 잊지 않고 기재해야 한다.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해 연주 레퍼토리를 저장하고 소통 창구를 만들어두는 방법도 추천됐다.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연주자는 음악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기본이지만, 무대 밖 대중과 만나는 모든 순간이 이미지로 굳어진다. 따라서 진지한 음악가, 탐구하는 음악가, 친근한 음악가 등 자신이 추구하는 아티스트 상을 확립하고, 이에 맞춰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선배 음악가의 조언도 잇따랐다. 강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무리한 연습 목표 대신 지킬 수 있는 최소 기준을 세워 연습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라고 당부했다. 연습 전 산책이나 명상으로 머리를 비워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연습 후에는 근육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쿨다운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 후에는 학생들이 카메라 앞에서 직접 자기소개를 해보는 실습 시간도 이어졌다. 예원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 방 모 양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연주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이날 학생들은 무대에서보다 더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아티스트로서의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