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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6.7조 쏟아부은 LIV골프의 몰락 [조수영의 구설(球說)]
50억달러 쏟아붓고 스타들 끌어모았지만
'전통의 벽' 못 넘고 팬심 못 잡아
PIF 지원 끊기자 드러난 ‘수익모델 부재’
스타 잔류 불투명…‘LIV 2.0’도 시험대
'전통의 벽' 못 넘고 팬심 못 잡아
PIF 지원 끊기자 드러난 ‘수익모델 부재’
스타 잔류 불투명…‘LIV 2.0’도 시험대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LIV 골프는 미국 뉴저지주 파산법원에 미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부채는 5억~10억달러, 자산은 1억~5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난 5월 핵심 자금줄인 PIF가 LIV골프에 대한 투자를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끝내겠다고 발표한지 고작 넉 달 만이다.
LIV골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개조 프로젝트 '비전2030'의 일환으로 2022년 출범했다.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FI, 영국프리미어골프리그(EPL), 테니스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사우디가 야심차게 만들어낸 새로운 골프리그였다. 56명의 선수가 커트 탈락 없이 54홀 경기를 샷건 형식으로 치르며 매 대회 상금 2500만달러(약 334억6250만원)를 걸었다.
10억달러(약 1조3385억원)를 들여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욘 람(스페인) 등 메이저 대회 우승자들을 영입해 PGA투어와 ‘전통과 혁신의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돈이 충분했는지 확인하라"는 신종 격언처럼, LIV골프는 상상 이상의 거금을 앞세워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스타들을 끌어들였다.
추가적인 스타 영입이 막히자 LIV골프의 화제성은 금세 힘을 잃었다. 새로운 형식 역시 골프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골프팬들은 프로골프 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멋진 스윙, 전략적인 코스 공략, 코스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하지만 F1처럼 모든 선수들이 한번에 출발해 스코어 자체만 중계하는 LIV골프는 속도감을 얻는 대신 골프 본연의 즐거움을 희석시켰다.
PGA투어의 벽을 넘기 위해 LIV골프가 선택한 것은 세계 무대였다. 유럽, 중동, 아시아, 호주 등 여러 대륙을 돌며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매주 다른 시차의 나라에서 열리는 경기는 중계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중계료 수입은 커녕, 유의미한 시청자 확보에도 실패했다. 한정된 스타 풀은 기념품 판매를 일으키지도 못했다.
LIV골프가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자 투자자의 인내심도 바닥나기 시작했다. LIV골프는 PIF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바닥이 조금도 메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같은 존재가 됐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유 수출에 직격탄을 맞은 사우디가 가장 먼저 LIV 골프 손절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LIV 2.0' 성공의 열쇠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잔류 여부에 달려있다. 파산 신청 서류에 따르면 람의 무담보 채권액이 747만2527달러(100억 원)로 가장 많고, 디섐보 576만9231달러(77억 원), 존슨 548만9011달러(73억 원) 순이다.
채무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과 같은 거액의 금액을 지불하지 못하는 LIV골프에 이들이 남아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람은 최근 “나는 'LIV 1.0'과 아직 계약이 남아 있고 이를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계약하고 이행 의무가 있는 것은 기존의 LIV골프이지 새로운 형태의 LIV골프가 아니라는 얘기다.
돈으로 맺어진 관계는 돈이 사라진 자리에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LIV골프 4년 간의 실험이 남긴 교훈이다. FT는 "LIV골프에게는 기존 시스템의 구조적 공백이나 시장 실패를 찾아내지 못하면 새로운 판을 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배우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