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아름다운 이별을 꿈꾸는 당신에게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대표
Do’s
의심과 불안이 싹트는 순간, 헤어짐은 필수다. 미루지 마라. 이혼은 10년쯤 지나면 그 아픔이 옅어지지만, 불안한 동업은 다르다. 정리되지 않은 관계는 대를 이어 괴로움과 싸움을 물려준다는 점에서 이혼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줄서기와 정치가 시작되고, 뒷조사와 투서가 뒤따른다. 깨끗하게 헤어져라. 일찍 시작할수록 더 좋다.
둘째, 이별의 가격표를 미리 정하라
동업이 결혼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헤어짐을 규정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혼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법으로 있지만, 동업엔 그런 법이 없다. 위자료가 없는 만큼 떼먹으려는 음모도 그 강도를 더한다.
이별에는 무조건 계산서가 따른다. 절대 꽁으로 먹을 생각을 마라. 미국과 유럽 대표선수인 버라이즌과 보다폰도 26년 전 합작법인(JV)을 만들면서 미리 매각 조건을 써뒀다 세상에. 그 덕분에 버라이즌은 평화롭게 13년 뒤 경영권을 딱 정해진 가격에 인수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가능하면 어떻게 헤어질지, 서로 팔지 미리 정하고 시작하라. 영업이익의 멀티플로 하든, 자산가치로 하든, 매출로 하든 뭐든지 넣어둬라.
셋째, 나눌 수 있게 공든탑을 쌓아라
만약 이별을 피할 수 없다면, 나눌 수 있는 사업을 미리 잘라둬라. 제조와 유통을 처음부터 별도 법인으로 두거나, B2B와 B2C를 분리해두면 팔아먹기도, 떼서 주기도 쉽다. 처음부터 비핵심 사업 하나를 사거나 끼워 뒀다가, 훗날 그걸 팔아서 지분을 정산해도 좋다. 핵심은 누가 ‘더 좋은 조각’을 갖느냐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점. 한진그룹에서 분리되면서 가장 작은 보험사를 받은 조정호 회장은 딱 20년 만에 메리츠금융그룹으로 국내 수위의 자산가가 됐다. 그대들의 실력에 따라 받은 조각의 크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욕심 내지 말고, 자신 있다면 차라리 얼른 갈라서라.
Don’ts
첫째, 세대가 내려가면 완전한 남임을 슬퍼말라형제도 유산 앞에서 대차게 싸우고, 사촌은 땅만 사도 배가 아픈 사이며, 팔촌은 사돈보다 먼 남이다. 1999년 하얏트 창업자 제이 프리츠커가 사망하자 2002년 조카뻘 상속인들이 신탁재산 유용 소송을 걸었고, 2005년 합의 끝에 150억달러 규모 제국은 11명의 사촌에게 쪼개졌다. 지분 승계 규정에 세대를 명시하고, 상속 시 우선매수권이나 의무매각 조항을 넣어라.
둘째, 파는 걸 두려워 말라 (대부분, 차라리 낫다)
우리보다 200년 더 자본주의가 발달한 유럽의 대부분 가문은 개인이 아니라 기관, 즉 재단이 뒤를 잇게 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재단으로 170년간 쪼개짐을 막았지만, 1860년부터 5대를 이어온 버드와이저의 부시 가문은 지분이 희석되자마자 바로 팔아버렸다. 재단화도, 분할도, 매각도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다. 유일한 오답은 멍청이가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것이다.
셋째, 말보다 주먹보다 강한 글을 무시하지 말라
2011년 스냅챗 공동 설립 초기, 레지 브라운은 아이디어를 낸 대가로 구두 약속만 받았다. 말뿐이던 계약의 대가가 2014년 합의금 1억5750만달러였다. “우리 사이에 계약서가 웬 말이냐”는 말은 훗날 가장 비싼 문장이 된다. 1996년 다논과 와하하도 중국에서 합작했다가 2007년부터 7개국에서 30건 넘는 소송에 휘말렸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황당한 건을 미리 써둬라. 안전 장치가 없다면 감정평가나 중재로 숫자를 강제로 만들고, 의결권 행사로 교착 상태를 만들거나 회사 해산청구·소수주주 매수청구권 같은 법적 수단을 써라. 그리고 지금 당장 이메일과 이사회 의사록부터 챙겨라. 글로 된 증거 없이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