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 앞둔 은마아파트 >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에서만 9724가구가 이주하는 등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 물량이 약 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연내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이주가 예정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임형택 기자
< 이주 앞둔 은마아파트 >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에서만 9724가구가 이주하는 등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 물량이 약 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연내 관리처분 총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이주가 예정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 /임형택 기자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개포주공 6·7단지(1960가구),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2862가구) 등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약 3만 가구가 이주할 전망이다. 입주 물량 감소와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월세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까지 겹쳐 임대차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이주를 앞둔 물량은 2만7901가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만 전체의 34.8%인 9724가구가 몰려 있다.

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는 학군·직장 이동, 계약기간 만료 등 기존 이동 수요에 더해지는 추가 수요다.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특성상 인근 전·월세를 선호해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강남권과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품귀와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259건으로 1년 전보다 12.0% 줄었다. 공급 부족과 맞물려 임대료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8월 서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한국부동산원 기준)은 7.36%에 달했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이 함께 나타나면서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제는 공급 구조상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허가, 착공, 준공으로 이어지는 주택 공급 사이클상 수급 불균형 해소에는 3년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 2028년까지 서울 정비사업에 따른 누적 이주 수요는 8만3546가구에 달하는데, 입주 물량은 5만9700가구에 그친다. 서울시가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계획을 제시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이주 수요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지연된 대형 정비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이주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주 시기 분산과 공공임대 활용 확대, 실거주 부담 완화 같은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임대차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단지 이주 행렬에 전·월세 수급 불균형 심화
가격 상승 압력 갈수록 커질 우려…이주 시기 분산 등 속도 조절 필요

“전세 물건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집니다. 최소 5개월 전부터 움직여야 하고, 그래도 못 구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동작구 노량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은마아파트 다 짐 싼다는데…"어쩌나" 대치동 초비상
지난달 말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3897가구)에 이어 다음달 노량진3구역(1038가구)이 이주에 들어간다. 인근 대방동 대방대림(1628가구)은 전세 물건이 바닥났고,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1696가구)도 4건에 그친다. 올해 초 6억원대 초반이던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최근 7억3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뛰었다.

정비사업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선이주 후입주’ 구조로 일정 기간 임차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면 이주 시기 분산과 실거주 규제 완화 등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4년간 15만 가구 이주

16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했거나 앞둔 단지는 17곳, 1만8739가구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2862가구), 노원구 상계2구역(1986가구), 강서구 방화3구역(1413가구) 등 대단지가 줄줄이 이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강남권 재건축 ‘대어’인 대치 은마아파트(4424가구) 이주가 예정돼 있다. 이를 포함한 내년 이주 물량은 1만7870가구에 달한다. 이후 2028년 4만832가구, 2029년 3만9102가구, 2030년 5만6662가구로 늘어나 4년간 약 15만 가구가 이주할 전망이다. 이는 통상적인 전·월세 이동 수요에 더해지는 추가 수요로, 단기간 내 수급 불균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를 흡수할 임대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월세 물건은 3만7686건으로 1년 전보다 11.8% 감소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세제 개편 등으로 실거주 수요가 늘면서 임대 매물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한 것도 부담이다. 서울 입주 물량(부동산114 기준)은 올해 2만6523가구에서 내년 2만2657가구, 2028년 1만5388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 감소는 전·월세 전환 물량 축소로 이어져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주 수요가 늘고 입주 물량은 줄어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 시기 조정·매입임대 활용 검토

이주와 입주 물량 간 ‘미스매치’도 구조적 문제다. 입주 물량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지정 등으로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신축 빌라 건축이 제한돼 공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주 계획을 사전에 제출받아 분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해 이주 예정 구역을 대상으로 매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전·월세 가격과 실거래가를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이주 시기 조정 카드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이주를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 착공 지연으로 이어져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정부도 멸실과 신규 공급 시기를 맞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2년간 수도권에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 중 6만6000가구를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에 배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가격 상승 폭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양 위원은 “공실 상가와 업무시설의 주거 전환 등으로 일부 수요를 흡수하고, 이주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구은서/유오상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