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로 돈 버는 시대…K팝 IP 라이선싱의 전환 [김예랑의 K컬처인사이드]
K팝 씬의 미래를 이끌 핵심 수익원으로 아티스트의 페르소나를 반영한 '캐릭터'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11조 5000억원 규모로 거대해진 캐릭터 시장 안에서 K팝 아티스트들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구축한 독자적 지식재산권(IP)이 글로벌 팬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고들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양새다.

아티스트의 실물 활동이나 피지컬 앨범 판매량의 변동성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캐릭터 IP가 패션, 글로벌 스토리텔링, 오프라인 공간 플랫폼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엔터사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부터 패션 플랫폼까지 K팝 IP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무대 밖 아티스트의 '2차 저작물'이 K팝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뷰티 플랫폼 무신사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손을 잡았다. 최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양사는 SM 소속 아티스트 IP 전반과 무신사 특유의 온·오프라인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기로 뜻을 모았다. K팝과 K패션을 융합한 협업 상품을 다채롭게 출시해 해외 시장을 함께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레몬탱(Lemon Tang)', NCT 127의 '블링이(Blingy)' 앨범 발매 기념 콜라보레이션을 성황리에 진행하며 시장 반응을 파악한 바 있다. 탁영준 SM 공동대표는 "앨범 팝업, 콘텐츠, 음반, 미디어 등 다방면에서 무신사와 브랜딩 협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외에 새로운 IP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다지고 중장기적으로 10여 개에 달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K컬처 펀드(가칭)' 조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양사는 K팝 IP와 디즈니의 강력한 스토리 자산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음악, 콘텐츠, 커머스, 공연 등 다방면으로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단순한 단발성 이미지 제휴를 넘어서 K팝 음악과 팬덤이 디즈니의 스토리텔링과 만나는 확장된 세계관을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엔터 측은 "K팝은 콘텐츠를 넘어, 패션,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등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K팝 아티스트와 음악이 오랫동안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의 스토리와 만나 새로운 세계관으로 확장함으로써, 전 세계 팬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디즈니코리아) 프랜차이즈 쇼케이스 2027'이 열린 서울 신사동 요새 도산 내 미키마우스를 테마로 꾸며진 공간. 디즈니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디즈니코리아) 프랜차이즈 쇼케이스 2027'이 열린 서울 신사동 요새 도산 내 미키마우스를 테마로 꾸며진 공간. 디즈니코리아 제공

디즈니코리아는 국내 시장을 단순한 소비처가 아닌 콘텐츠 생태계의 전략적 거점으로 인식하고 'K-팝·K-헤리티지·K-팬덤 믹스'를 핵심축으로 제시했다. 디즈니코리아는 SM 아티스트와 마블 세계관의 결합을 구상하는 한편, 하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과도 다각도의 협업을 논의 중이다. 과거 G-DRAGON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토이스토리'의 협업처럼 K팝과 디즈니 IP의 시너지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디즈니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국내 파트너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슈퍼 서브' 전략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시작하고 디즈니와 함께 세계로(From Korea to the world, powered by Disney)' 나아가는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김현진 디즈니코리아 소비재사업부 총괄은 "목표는 단순히 디즈니 캐릭터와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K-팝의 음악과 팬덤이 디즈니의 스토리를 만나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K-컬처의 독창성과 글로벌 영향력을 디즈니의 100년 스토리텔링 역량과 접목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하고 전략적인 시장"이라며 "한국의 우수한 창의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디즈니의 IP와 스토리텔링,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해 한국에서 시작하고 디즈니와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상생과 확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BT21부터 마이티즈까지…팝업만 했다하면 구름떼 인파
/영상=김예랑 기자
/영상=김예랑 기자
이처럼 K팝 캐릭터 IP 비즈니스가 고도화되는 전환점은 IPX(구 라인프렌즈)의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IPX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초기 외형 스케치부터 성격 규정, 유니버스 설정까지 제작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해 탄생시킨 'BT21'을 선보이며 글로벌 캐릭터 IP 시장의 선두주자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50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팬덤 '유니스타즈(UNISTARS)'를 확보한 BT21은 라인 스티커와 제품 유통을 뛰어넘어, 버추얼 인플루언서 활동, 라이브 쇼, 음원 및 3D 애니메이션 콘텐츠 등 다방면으로 범주를 전개해 왔다.

IPX는 자사의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브 노하우와 캐릭터 IP 비즈니스 전문성을 결합해 독자적인 K팝 IP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구축했다. YG 트레저의 분신이자 동료로 기획된 'TRUZ(트루즈)', 제로베이스원과 함께 만든 '제로니(zeroni)', (여자)아이들의 '아이들 미니니(i-dle minini)', 아이브의 '미니브 미니니(minive minini)', NCT WISH의 공식 캐릭터 위시돌을 미니니화한 '위시니니(wishnini)' 등 엔터사들과 손잡고 수많은 신규 IP를 탄생시켰다.

아울러 뉴진스와의 공식 상품 협업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How Sweet' 팝업에 이어 세계적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 히로시 후지와라와 협업한 'Supernatural' 팝업까지 선보였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플라워 캐릭터와 뉴진스의 토끼(Tokki)를 조합해 재해석한 공간과 상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도쿄 시부야 스토어 사전 예약을 5분 만에 마감시키는 등 글로벌 팬덤을 열광시켰다.

최근에는 약 2년에 걸친 기획 단계를 거쳐 G-DRAGON의 정체성과 반려묘 '조아(ZOA)'를 모티브로 완성한 공식 캐릭터 IP '조앤프렌즈(ZO&FRIENDS)'를 전격 공개했다. 캐릭터 명칭부터 로고, 세계관, 팝업 기획까지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티징 영상 공개 하루 만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사전 예약이 3분 만에 매진되는 등 기록적인 열기를 일으켰다. SM NCT DREAM 멤버들이 성격과 취향을 반영해 완성한 7종의 캐릭터 '드리미즈(Dreamiez)' 팝업 역시 사전 예약이 10여 분 만에 매진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캐릭터로 돈 버는 시대…K팝 IP 라이선싱의 전환 [김예랑의 K컬처인사이드]
특히 IPX는 글로벌 대세 그룹 에이티즈(ATEEZ)와 협업한 캐릭터 IP '마이티즈(MIGHTEEZ)'를 통해 팬덤을 오프라인 공간 경험으로 끌어들이는 저력을 재차 입증했다. 지난 18일 케이팝스퀘어 홍대에서 오픈한 '마이티즈 락 더 스테이지 팝업(MIGHTEEZ Rock The Stage POP-UP)'은 예매 개시 약 5분 만에 사전 예약이 전석 마감됐다.

에이티즈 멤버들이 초능력을 선사했다는 기존 서사에 더해 이번에는 '락스타'라는 콘셉트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미니 14집으로 미국 빌보드 200 차트 정상에 오른 에이티즈 멤버들은 이번 팝업을 위해 전용 독점 화보 촬영에 임했으며,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콘셉트 이미지는 합산 500만 회를 넘어서는 조회수를 올리며 아티스트와 캐릭터가 한 무대를 만드는 유기적 세계관을 구현해 냈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실제 마이티즈의 데뷔무대에 초대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콘셉트에 맞춰 변신한 에이티즈를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이번 팝업만의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락 스타일 의상과 소품을 적용한 플러시 키링, 스트링백, 마이티즈X꼴레(COLLER) 패션 제품 및 스페셜 포토 세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 해당 팝업은 서울과 부산, 중국, 일본에서 동시 개최된 뒤 아시아 및 주요 유럽 도시로 순차 전개될 예정이다.

◆ 11조 캐릭터 시장, Z세대의 체험형 라이프스타일로 전이
/사진=김예랑 기자
/사진=김예랑 기자
'MIGHTEEZ Rock The Stage' 팝업 /IPX 제공
'MIGHTEEZ Rock The Stage' 팝업 /IPX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산업 전체 매출액은 11조 5000억원을 넘어서며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IP 산업으로 뿌리를 내렸다. 매년 개최되는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에서만 367억원 상당의 비즈니스 상담 실적이 창출된다는 점은 캐릭터 IP가 보유한 경제적 효과를 증명한다. 소비 주체의 변화 역시 두드러진다.

기존 유아동 중심에 머물던 캐릭터 소비의 축이 10~30대 Z세대 및 팬덤층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실물 음반이나 포토카드 수집에 머물지 않고 캐릭터 굿즈를 실생활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거세지면서 패션·테크 기업과의 라이선싱 협력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아티스트의 실물 활동 여부나 앨범 발매 주기와 관계없이 꾸준하게 수익을 올리는 '2차 저작물' 라이선싱 시장이 엔터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티스트의 고유한 세계관을 담은 캐릭터 IP는 팬들에게 체험형 덕질을 제공하고, 엔터사에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장하는 핵심 자산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