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연평균 8.2%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면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에도 집을 팔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가 8.9%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금 부담을 높여 매물을 유도하더라도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주택가격 상승률을 연평균 1.1%로 예상할 경우 2027년 집을 팔 유인이 있는 다주택 가구 비중은 30.4%로 추산됐다. 기대 상승률이 수도권 평균 수준인 3.5%로 높아지면 이 비중은 19.8%로 낮아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인 8.2%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에서는 8.9%까지 떨어졌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이 늘어난 보유세 부담과 양도세 완화 효과를 웃돌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8월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이 가격대별로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강남구 아파트값은 1.28%, 서초구는 0.94% 하락했다. 송파구는 0.3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에는 매수세가 몰렸다. 같은 기간 중랑구 아파트값은 3.46% 올랐다. 성북구는 3.36%, 서대문구는 3.15%, 강북구는 2.92% 상승했다.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대책 발표 6주 뒤 7만가구 규모로 집계됐다. 과거 주요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16%로 과거 평균인 0.10%를 웃돌았다. 대책 이후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시장이 확실하게 안정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가계대출도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 증가했다. 주택 관련 대출이 12조2000억원, 기타대출이 12조8000억원 늘면서 전체 가계신용 증가액은 25조9000억원에 달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금융회사의 총량 한도가 소진되면서 8월 들어 둔화했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인 만큼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임대차시장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폭이 커졌고,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에 달했다. 전세 거래는 줄어든 반면 월세 거래는 장기 평균을 웃돌았다.

부동산 관련 금융 위험도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올해 2분기 말 부동산 관련 대출은 2792조5000억원, 보증은 1114조7000억원, 금융투자상품은 400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합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4307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중저가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여전히 높다"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도권 집값에 대한 기대심리를 관리하면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강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