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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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동안 사업성을 이유로 참여를 꺼려온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미국 측이 제시한 670억달러(약 91조원) 규모의 원안은 받아들이지 않고 투자 규모를 대폭 낮춰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미국도 대미 전략투자의 손익을 프로젝트별로 따로 정산하자는 요구를 접고 여러 사업의 손익을 합산하는 ‘우산형 투자기구’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양국이 협상 막판 서로의 핵심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날 국회에 이 같은 내용의 대미 전략투자 협상 상황을 보고했다. 여권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는 당초 미국이 제안한 규모에서 투자액을 상당폭 낮춰 추진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양국이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래스카 LNG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남부까지 운송할 약 1300㎞의 가스관과 액화시설 등을 건설하는 대형 에너지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670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돼왔다. 높은 건설비 때문에 미국 걸프만에서 생산되는 LNG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투자를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불과 지난주까지도 정부는 한미 간 합의문에 알래스카 LNG의 ‘투자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수준의 문구만 담는 방안을 협의했다.

대신 한국은 대미투자 전체의 손실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수익 배분 구조를 지켜냈다. 한미는 지난해 여러 투자 사업을 상위 특수목적법인(SPV)으로 묶어 관리하는 ‘우산형 리스크 풀링(risk-pooling)’ 방식에 합의했다.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 SPV에 모아 한국이 투자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다. 한 사업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이를 메울 수 있다. 기존 한미 MOU에도 이 같은 구조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최근 후속 협상에서 각 프로젝트의 수익과 손실을 해당 프로젝트 SPV에서 독립적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서 돈을 벌더라도 다른 사업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활용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프로젝트별 정산을 받아들일 경우 투자 위험이 커진다고 맞섰고 결국 기존 MOU대로 통합 정산 구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미국 측과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 관계자는 “투자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대미투자의 성패가 갈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 부분에 협상력을 집중했다”며 “미국 측의 개별 정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대로 우산형 투자기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총 223억달러를 투자해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투자액의 1.9∼2.0배다. 정부는 2027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2029년 4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4분기 최종 발전용량을 확보하는 일정을 전제로 사업성을 산정했다.

정부는 PPA 체결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길 필요도 없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텍사스 지역의 전력 수요가 늘면서 발전용량 확보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텍사스 사업의 용량요금을 1㎾당 월 67.9∼70.7달러로 가정해 예상 회수액을 산출했다. 향후 전력 수요와 가격이 더 오르면 PPA 협상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 측에서도 한국이 PPA 계약 시점을 늦춰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정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미투자 전체의 수익 배분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대신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온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받아들인 모양새”라며 “전체 투자 위험을 낮추는 대신 개별 사업에서 일정 부분 양보한 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박종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