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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 더 못 먹겠는데, 송편은 더 먹을 수 있지.”

추석 밥상에서 갈비와 전을 잔뜩 먹고도 달콤한 송편이나 한과에는 다시 손이 간다. 흔히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말하는 순간이다. 과학자들은 이 익숙한 경험을 설명할 단서를 뇌에서 찾았다.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가 동시에 단 것을 더 먹게 하는 경로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대사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포만감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당 섭취를 촉진하는 원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일반 먹이를 90분 동안 충분히 먹게 한 뒤 추가로 먹이를 제공했다. 일반 먹이를 계속 줬을 때는 더 먹는 양이 적었지만, 당 함량이 높은 먹이를 주자 다시 활발하게 먹기 시작했다. 이 추가 섭취 단계에서 먹은 열량은 일반 먹이를 제공했을 때의 6배 이상이었다.

뜻밖에도 이 현상의 출발점은 식사를 멈추게 하는 데 관여하는 시상하부의 ‘POMC 뉴런’이었다. 연구진은 이 뉴런에서 시상의 실방핵(PVT)으로 뻗어나가는 경로를 찾아냈다.

이곳에서는 몸이 만드는 오피오이드 물질인 베타엔도르핀이 작용했다. 베타엔도르핀이 상대 신경세포의 뮤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해 그 활동을 억제하면서 당 섭취를 촉진하는 것이다. 배부름을 알리는 세포가 한편으로는 단것을 찾도록 만드는 셈이다.

연구진이 이 경로를 차단하자 배부른 생쥐가 당이 많은 먹이를 추가로 먹는 양이 줄었다. 반면 배고픈 생쥐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식사와 배부른 뒤에도 이어지는 당 섭취가 서로 다르게 조절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갈비에는 질려도 송편은 당기는 이유

추석상에서 음식이 바뀔 때마다 식욕이 되살아나는 데는 또 다른 설명이 있다. ‘감각특이적 포만감’이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그 음식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줄지만, 아직 먹지 않은 음식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이다.

바버라 롤스 등의 연구진이 1981년 발표한 실험에서는 참가자 32명이 한 가지 음식으로 점심을 먹은 뒤 여러 음식의 맛이 얼마나 좋은지 평가했다. 방금 먹은 음식의 평가가 먹지 않은 음식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모든 음식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차이는 실제 섭취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연구진이 1984년 학술지 ‘애피타이트’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참가자 48명에게 점심을 네 차례에 걸쳐 제공했다. 매번 다른 음식을 내놓았을 때의 총섭취 열량은 같은 음식을 반복해 제공했을 때보다 60% 많았다.

짭짤한 음식을 먹은 뒤에는 아직 먹지 않은 짭짤한 음식의 매력도 줄었지만, 단 음식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전과 갈비를 충분히 먹고도 달콤한 후식에는 손이 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 뇌에서도 단서…진화의 흔적일까

생쥐에서 찾아낸 ‘디저트 배’의 단서는 사람에게서도 관찰됐다. 막스플랑크 연구진은 지원자에게 관을 통해 설탕 용액을 제공하면서 뇌 영상을 촬영했다. 그 결과 생쥐 연구에서 주목한 것과 같은 뇌 영역에서 설탕에 대한 반응이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헤닝 펜젤라우 연구그룹장은 이 현상을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그는 “자연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웠던 당은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원”이라며 “이미 배가 불러도 기회가 생기면 섭취하도록 뇌가 작동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