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이소 제공
사진=다이소 제공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줄고 있지만 5000원짜리 휴대용 제기세트는 명절 때마다 품절되고 있다. 차례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대신, 음식과 비용·절차를 줄인 간소한 형태로 바뀌면서 관련 상품도 작고 저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가 추석을 앞두고 판매한 5000원짜리 ‘휴대용 제기세트’는 이미 전국 매장에서 사실상 품절된 것으로 파악됐다. 명절마다 수요가 몰려 재고를 구하기 어려운 인기 상품이다. 반으로 접으면 가로 35㎝, 세로 39㎝ 크기의 가방처럼 들고 다닐 수 있고, 펼치면 소형 제사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내부에는 제사용 그릇과 술잔·받침, 젓가락 등 성묘에 필요한 기본 도구가 들어 있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휴대용 제기세트는 대부분 2만~4만원대다. 전통 목기나 스테인리스 제기세트는 수십만원, 방짜유기 제품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다이소 제품은 가격이 온라인 상품의 4분의 1 수준인 데다 별도의 상과 보관함이 필요하지 않아 ‘가성비 제사상’으로 불린다. 산소에서 종이접시와 종이컵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대체품으로 찾는 경우도 많다.

제기세트의 인기는 얼핏 줄어드는 차례 수요와 모순돼 보인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27.3%에 불과했다. 지난해 40.4%보다 13.1%포인트 낮아졌다. 차례를 지내겠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50.9%는 전통 예법을 따르되 상차림은 간소화하겠다고 답했다.

차례상 비용 부담도 커졌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 6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24만5051원, 대형마트 29만711원으로 조사됐다. 가락몰에서 장을 봐도 평균 22만8000원이 든다. 세 유통업태의 평균 비용은 지난해보다 5.1% 올랐다.

휴대용 제기세트의 품절은 차례 문화의 부활보다 ‘의례의 소형화’를 보여준다. 집에서 큰 상을 차리고 여러 종류의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성묘 현장에서 술과 과일 등 최소한의 음식만 올리는 가정이 늘고 있어서다.

다이소는 제기세트 외에도 지방 쓰기 세트와 향, 양초 등 간소한 성묘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통을 없애기보다 비용과 수고를 줄여 이어가려는 소비자가 5000원짜리 제품에 몰리는 셈이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는 기자가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을 짚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