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인 투자자 A씨와 한국 정부 사이 2600억원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정이 확정됐다. 정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이 취소 절차의 성격을 분석해 사실관계를 다투려는 A씨의 전제가 잘못됐음을 입증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는 지난 12일 중국인 투자자 A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2024년 5월 A씨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원심이 유지돼 A씨는 정부에 취소 절차 비용 약 15억원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취소 절차 행정 비용 등 5억원도 A씨가 부담한다.

A씨는 2007년 10월 중국 베이징 화푸빌딩 매입을 위해 국내에 파이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약 38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파이코리아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출채권을 인수한 은행이 담보 주식을 처분했다. 이에 A씨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패소가 확정됐다.

A씨는 2020년 “한국의 사법 절차가 한·중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그러나 원 중재판정부는 2024년 5월 한·중 투자협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그해 9월 “판정부가 한·중 투자협정과 법률을 잘못 해석했고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취소위원회에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기각됐다.

율촌은 이 과정에서 “A씨가 과정이 아니라 사실 확인과 법률 판단을 다시 다투려 한다”며 “취소 절차를 항소심처럼 오용하고 있는 A씨의 주장은 잘못됐다”는 논리를 폈다.

취소위원회의 판정 취소는 중재판정부의 부패, 적법 절차 위반 등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A씨는 결과를 다투려 했다는 취지다. 율촌은 이어 A씨가 주장한 변론 기회 부족 등과 관련해 변론 기록 등을 근거로 취소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원 판정부가 수사 기록 등 증거에 기초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투자협정 해석론 등을 검토한 점을 제시해 원 판정부의 결정에도 논리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승소를 이끈 우재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 담당자, 글로벌 로펌 등과 좋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했다”며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판정 취소 절차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고 A씨의 주장을 여러 관점에서 반박한 게 승소의 비결”이라고 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