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추석연휴 첫날인 24일 중동부전선 최전방 육군 제7보병사단을 방문, 부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추석연휴 첫날인 24일 중동부전선 최전방 육군 제7보병사단을 방문, 부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이 28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사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현장 장병들이 북한 목함지뢰를 봤다고 진술했다는 질문에 "목함지뢰가 아니라는 진술도 있어 특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폭발물의 정체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으면서, 군의 늑장 대응과 사고 축소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기자들이 "북한 목함지뢰를 봤고 현장에 1발 남아 있다는 장병 진술이 나왔다는데 보고받은 사항인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지금 현장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정리되는 대로 국민께 투명하게 설명해 드리겠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매설한 지뢰로 최종 확인될 경우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합당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고 그렇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현장 조사를 29일에 하려던 계획은 누가 결정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강 장관은 "현장 조사는 유엔사와 합참, 그리고 현장 부대가 다 상황 평가를 해서 시행하는 부분"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오늘 정확하게 브리핑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야권이 제기한 사고 축소·은폐 의혹과 늑장 대응 비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군이 어떤 걸 은폐할 수 있겠나. 투명하게 진행해갈 것"이라며 "일부러 늦게 하거나 은폐하는 등 그런 것은 분명히 없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10시50분께 일어났다. 장소는 경기 파주의 육군 25사단 관할 DMZ로,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50~100m 떨어진 지점이다. 당시 장병들은 북한군이 MDL 이남에 지뢰를 묻었다는 의심을 받는 지역에 대해 유엔군사령부 현장조사를 앞두고 있었고, 그곳까지 가는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수색대대장(중령)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함께 투입된 부사관(중사)은 골절상을 입는 등 모두 3명이 다쳤다. 관련자 진술에 따르면, 선두에 섰던 중사가 첫 폭발로 다치자 대대장이 조치를 위해 이동하던 중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강신철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현장에 있던 장병들은 폭발물이 북한군 목함지뢰와 비슷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부는 터지지 않은 지뢰가 현장에 더 남아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증언만으로 지뢰 종류를 확정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군·유엔사 합동 현장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를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군은 장병들이 입은 방호복과 지뢰덧신, 화약흔을 채취한 거즈, 수술 중 제거한 파편 등을 국과수에 보냈다. 1차 감정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뢰 종류는 파편과 폭약량으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 M14 대인지뢰의 폭약은 TNT 약 28g이다. 이에 비해 북한군 목함지뢰에는 약 220g이 들어간다. 부상 정도로 볼 때, 군 안팎에서는 북한 목함지뢰나 대인지뢰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목함지뢰로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북한의 의도적 매설로 단정할 수는 없다. 북한이 MDL 이남에 새로 묻은 것인지, MDL 북쪽에 묻은 지뢰가 남쪽으로 쓸려 내려온 것인지, 6·25전쟁 때 묻힌 것인지는 앞으로 조사로 가려야 한다.

조사 속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군은 사고 사흘 뒤인 24일에야 합참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사고조사단을 꾸렸다. 27일 군과 유엔사가 지뢰 정밀탐색에 나섰지만 폭발 현장 진입에는 실패했다. 합참은 미확인 지뢰지대라 위험성이 높고 작전 인원의 피로도도 심해 안전을 우선시해 작전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25일 파주 일대에 비가 내려 현장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5년 파주 목함지뢰 사건 때 곧바로 잔해를 수거한 뒤 사고 6일 만에 북한군 도발로 결론 낸 것과 대조적이다.

정치권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SNS에서 장병들이 사고 당일부터 북한군 지뢰라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군 지도부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장병들의 입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고가 난 25사단 GOP 부대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정치적 쇼'라고 비판하며 불참했다.

강 장관은 취임 이틀째인 23일 첫 현장 행보로 25사단을 찾았다.

이날 방문을 두고는 복장 논란도 불거졌다.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는 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질문이 쏟아지던 중 강 장관이 25사단을 순시하면서 군복이 아니라 양복을 입은 이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브리핑 중 질문한 기자는 "수십 년간 봐 왔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며 "무슨 마음으로 그러셨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 이에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취임하자마자 점검하는 게 급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기자님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제가 의전과에 전달하겠다"며 더 이상의 설명 없이 답변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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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은 최전방 부대나 사고 부대를 찾을 때 통상 전투복 차림으로 현장에 간다. 강 장관은 전임 문민 장관과 달리 야전 대장 출신이었다. 그는 2015년 파주 목함지뢰 사건 당시 장관 보좌관실에 근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고 부대 방문 때 양복을 택한 것이 더 눈길을 끌었다.

군인복제령은 군인에게 적용되는 규정이어서, 민간인 신분인 국방부 장관의 복장을 따로 정한 규정은 없다. 다만 역대 장관들은 전방부대를 찾을 때 '국방부장관' 명찰을 단 전투복 차림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전망대와 GOP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장병에게는 적이 도발하거나 영토를 침범하면 주저 없이 단호하게 대응하라며 "여러분의 단호한 대응이 곧 나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2일에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와 달리 폭발 영상이 없고 사고 지점이 감시장비 가시권 밖에 있다며, 북한 지뢰지대와 사고 지점이 일치하는지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