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녀 한송이 유튜브 캡처
탈북녀 한송이 유튜브 캡처
1974년 발생한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연일 거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탈북민 출신 유튜버가 이 영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 체제 선전물을 직접 겪어본 이의 시선에서 영화의 내러티브가 북한식 정치 선동물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탈북민 유튜버 한송이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화 '암살자(들)'의 관람 후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그는 영상에서 "이번 영화를 보니까 북한의 대표적인 선전 드라마·영화인 ‘민족과 운명’에서 나왔던 내용과 너무나 흡사했다"라며 "내가 북한에 있을 때 접했던 매체와 너무 똑같아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정착 후 역사적 진실을 알게 된 과정을 언급했다. 한 씨는 "대한민국에 와서 육영수 여사 암살 당시의 생생한 현장 영상과 범인(문세광)이 일본 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북한 당국이 사주한 사건의 실상을 알게 됐다"며, "북한에서는 이를 완전히 왜곡해 선전용으로 교육했는데, 남한의 영화가 오히려 그 당시 북한의 프레임과 닮아 있는 스토리를 차용하고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배우들의 열연에 대해서는 호평하면서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만, 역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이들에게는 답이 없다"며 "내 돈과 시간을 쓰며 본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최악의 영화였다. 역사 왜곡 영화는 대한민국에서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직격했다.

한 씨의 이러한 비판은 현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거센 사회적 논란과 맞닿아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은 재일동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는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영화가 단순한 예술적 상상력을 넘어, 사건 배후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이나 정권의 자작극 내지 국면 전환용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역사 왜곡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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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야권과 보수 진영,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족이 여전히 살아있는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왜곡해 국민을 선동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강력한 비판과 함께 상영 중단,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급기야 제작진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흔히 좌파들은 픽션은 상상력에 터 잡은 것이고,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강변한다"며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해 육 여사 피격의 배후가 마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가 명백한 사실을 비틀어 역사를 왜곡하고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자 역사에 대한 반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이번 영화는 명백히 그 선을 넘었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으며 반드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화 제작진 측은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창작물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표현의 자유 범주임을 주장하지만, 관객 수 백만 명 돌파라는 흥행 이면에서 역사관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소모전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