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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은 박정희 대통령 손자"…'암살자(들)' 논란 후폭풍
해당 영상은 최근 희극인 출신 유튜버 김영민씨의 SNS 계정에 '이 청년은 박정희 대통령의 손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해병대 군복을 입은 세현씨가 부모인 박지만 EG 회장, 서향희씨와 만나는 장면이 담겼다.
김씨는 이 게시글에서 "이 나라의 영화인님들께 인간 대 인간으로 호소드린다"며 "여러분이 무슨 짓을 하셨는지 느끼고 계시냐"고 물었다. 이어 "가족이 모두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의로운 영화인들께서는 알고 계신가"라며 "육영수 여사의 자녀도 살아계시고 장손은 해병대에 입대해 최전방을 지켰다"고 적었다. 또 "지금 온 나라가 미쳐있지만 저 해병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며 "할아버지가 이 나라를 오천 년 가난에서 구해주셨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지금도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살아간다"고 썼다.
앞서 김씨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 라이브 방송에서 "이 영화는 인간이 이념에 빠지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보여주는 영화"라며 "한국 영화사상 가장 패륜적인 영화"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영상은 세현씨가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온 지난 4월 초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군복 차림의 세현씨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부모를 만나자 절도 있는 자세로 노래를 부른 뒤 큰절을 올렸다. 그가 부른 곡은 해병대에서 '어머니' 또는 '해병대 어머니'로 불리는 노래로, 해병대원들이 휴가나 귀대 때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며 부르는 일종의 신고식 문화다. 이 장면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유튜브 채널 '박정희TV' 등을 통해 공개돼 당시에도 관심을 모았다.
세현씨는 박지만 회장과 서향희씨 사이 네 아들 중 장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카다.
12월 4일 열린 수료식에서는 우수 훈련병에게 주는 '미 해병대 장군상'을 받았다. 이날 세현씨가 아버지 박 회장 앞에서 관등성명을 대며 거수경례를 하다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경례를 받은 뒤 아들을 포옹했다.
해병대 지원은 본인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서씨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세현씨가 완강하게 해병대를 원했고, 박 회장은 아들의 뜻을 존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아버지 박 전 대통령은 육군 대장으로 1963년 전역했다. 아버지 박 회장도 육군사관학교 37기 출신으로 1986년 대위로 전역했다.
영상이 다시 확산된 것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다. 허진호 감독의 이 영화는 추석 연휴 기간 140만 7천여 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기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담아 논란이 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28일 제작사에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고, 극 중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당시 수사 결론과 상반된 결말을 암시한 것은 표현의 자유의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씨는 27일 SNS에 "영화 '암살자들'은 불편하다"며 "아직 유족도 살아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인구 절반이 존경 내지 인정하는 고인을 모독하는 게 옳은가"라고 적었다. 이어 자기 진영이라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각본도 반대 진영 이야기가 되면 예술적 허구라며 찬양한다고 지적하며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도 28일 페이스북에서 영화가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좌파들이 흔히 픽션은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고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박 전 대통령이 피격의 진짜 배후인 것처럼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아직도 살이 에이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행위"라고 했고,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 끝에 흥행세도 주춤하는 모양세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8일 하루 6만7404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시기 개봉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6만8911명을 동원해 개봉 후 처음 1위에 올랐다. 두 영화의 차이는 1500여 명이다.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 이후 5일 연속 1위를 지켜왔으나, 역사 왜곡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진 시점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