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선수 숙소로 사용되고 있는 대형 여객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29일 나고야항에 정박해 있다.  뉴스1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선수 숙소로 사용되고 있는 대형 여객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29일 나고야항에 정박해 있다. 뉴스1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수송과 숙박, 의전, 경기 판정까지 잇단 운영 미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를 잘못 틀고, 선수단 버스가 오지 않고, 메달리스트를 뒤바꾸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신칸센이 몇 분만 늦어도 사과 방송을 할 정도로 ‘정시성’과 세심한 서비스를 중시하는 일본이지만, 대규모 국제대회에서는 ‘오모테나시(극진한 환대)’ 문화가 빛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 사고는 대회 초반부터 터졌다. 지난 18일 남자 하키 경기 직전에 한국 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잘못 연주됐다. 조직위원회는 현장 담당자가 음원을 잘못 선택한 것이 원인이라며 “있어서는 안 될 중대한 실수”라고 사과했다. 대한체육회도 강하게 항의했다.

20일 남자 농구 결승을 앞두고는 대회 측이 준비한 버스가 오지 않아 한국 대표팀이 오전 훈련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조직위는 배차 과정에서 발생한 ‘휴먼에러’라고 해명했다. 차량 배차 오류나 선수단의 경기장 도착 지연은 대회 기간 하루 2~3건씩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열린 근대5종 남자 단체 시상식에서는 금메달을 딴 한국을 영어로 ‘리퍼블릭 오브 차이나(Republic of China·중화민국)’라고 잘못 소개했다가 뒤늦게 ‘코리아’로 정정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경기 운영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8일 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38초43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중국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경기 직후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4위로 들어온 태국이 동메달을 딴 것으로 표시됐다. 한국 대표팀이 강하게 항의한 뒤에야 대회 측은 결과를 바로잡고 한국을 동메달리스트로 다시 발표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인도 언론은 일부 선수들이 주최 측이 지정한 숙박시설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도 버스 배차 오류로 선수들이 공항에서 수시간 동안 대기한 사례를 전했다. 일부 선수들은 숙박시설의 불편함과 부실한 식사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부실한 대회 운영의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나친 비용 절감 노력이 꼽힌다. 숙소만 하더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수촌 건설 대신 대형 크루즈선과 호텔 등을 활용했다. 선수와 관계자들이 여러 지역에 흩어지면서 운영이 복잡해졌다. 수십 곳의 숙박시설과 경기장을 연결하는 버스 배차부터 선수별 이동 동선, 숙소 배정, 식사 제공 등을 동시에 조율해야 하다보니 운영 난이도가 크게 높아졌다.

행정 체계가 여러 갈래로 나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대회는 중앙정부가 전체 운영을 일괄 지휘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조직위원회, 각 경기단체 등이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숙박과 수송, 경기 운영의 책임 주체가 각각 다르고, 조직 간 정보 공유에도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늦어지는 이유다.

뒤처진 디지털 운영 역량도 도마에 올랐다. 수만 명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는 숙박 배정과 차량 배차, 경기 결과 관리, 참가자 정보 공유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교하게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홈페이지의 메달 결과 오표기부터 현장 차량 배차 혼선까지 기본적인 정보 관리에서 오류가 반복됐다.

일본 언론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 때도 운영 혼선과 비용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