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출이 늘어나는 기업에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농민 피해 보전을 위해서라지만 사실상의 ‘무역이득 공유제’라는 점에서 이중과세라는 지적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통상 규범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무역에 의존하는 개방형 통상 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FTA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이로 인해 대부분은 이익을 보지만 피해를 보는 부문, 즉 농·축·수·임산민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FTA 확대 정책에 따라 손익과 관련한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이 갈등은 조정, 즉 이익을 보는 측에서 손실을 입는 측을 십시일반 지원하게 하면 된다”며 “예를 들어 FTA에 따른 수출 증가액에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부과해 피해 보전을 하면 된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시 국내 제조업 생산이 연평균 6조원대 증가하는 반면 농림수산업은 8500억원가량 줄어든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전략안보산업으로서의 농어업, 축산, 산림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썼다.

이 대통령이 수출 증가액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과거 위헌 가능성 등이 제기돼 무산된 사안이다. 정치권은 2015년 한·중 FTA 체결 당시 FTA로 이득을 보는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이익 일부를 환수해 농어민을 지원하는 무역이득 공유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FTA 효과로 이익이 늘었는지 구분하기 어렵고, 이익에 세금이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국책 연구기관들도 강제적인 부담금 징수는 사실상 ‘수출세’에 해당한다며 이는 자유무역 확대를 추구하는 WTO 규범에 어긋나고, 이 때문에 교역 상대국과 통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우회 도입된 것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당시 기업들이 1조원 규모로 10년간 자발적으로 조성하기로 했지만 조성된 기금은 3200억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기금의 존속 기한을 2037년까지 10년 연장하고, 정부도 기금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한재영/이현일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