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버려진 고속도로 자투리땅과 휴게소 유휴부지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한다. 접근성이 좋은 전국 곳곳의 ‘노는 땅’에 첨단 시설을 설치해 토지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수도권에 집중된 AI 인프라를 지방으로 확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다.

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고속도로 폐도 등 유휴부지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한다. 정부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전국 고속도로 폐도와 휴게소 땅 20여 곳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대표 후보지로는 충남 당진 행담도가 거론된다. 행담도 부지는 47만㎡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만 휴게소와 아울렛 등으로 쓰이고 나머지 23만여㎡는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고속도로 주변은 발전소와 도시를 연결하는 송전선이 많고, 지하에 광케이블이 깔려 있어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기 쉽다. 수도권 접근성도 높아 데이터센터 입지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후보지 중 서너 곳을 최종 부지로 선정하고 민간 또는 공공 데이터센터를 지을 방침이다. 임대료는 거의 받지 않는 수준으로 저렴하게 운영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첨단산업 인프라 격차를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00㎿(메가와트) 데이터센터 한 곳이 창출하는 고용, 투자 등 생산 효과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고속도로 인근, 송전선 많고 수도권 접근성 높아
폐도 등 AI 인프라 개발 최적지…정부, 사업 수요조사 나서기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데이터센터의 73%가량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비수도권은 통신망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고 인력도 부족해 데이터센터를 짓기 부적절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도권 역시 전력 공급의 어려움 등으로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지을 부지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6월 기준 한국 데이터센터는 84개로 세계 22위다. 미국이 3811개로 1위다. 한국은 중국(362개), 일본(186개)보다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국 고속도로 폐도와 휴게소 유휴부지 대부분은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국유지여서 헐값에 매각하기도 힘들다. 정부는 골칫덩이로 여겨지던 자투리땅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부지로 활용하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냈다. 버려진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지역 AI산업 기반을 키워 지방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데이터센터는 AI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처리하는 핵심 인프라로, 이재명 정부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 수요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복수의 민간 사업자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신청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심사한 뒤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처 간 조율을 마치고 부지 형질 변경과 건설 작업을 거쳐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생산 효과는 상당하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한 곳의 생산 창출 효과는 최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직접 고용 1명당 고용승수는 3.5~5.5명이며 데이터센터 매출이 1% 늘면 지역의 총고용은 약 0.03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데이터센터는 각 지방정부의 세수 확보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데이터센터가 고등교육 지출 가운데 5분의 1 이상을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은 부동산 가치도 고려해야 해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는 이런 요소를 배제한 채 지방 유휴부지를 활용할 수 있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