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YC
사진=BYC
속옷 기업 BYC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BYC는 수도권 요지에 옛 공장과 매장 터를 가진 ‘땅 부자’ 기업이다. 의류 제조업이 주력이지만 임대 매출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등 부동산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본업을 위해 확보한 토지가 시간이 흐르면서 알짜 부동산으로 변하자 단순 임대를 넘어 직접 개발해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BYC는 이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옛 본사 부지에 ‘GD메트로타워’를 분양한다. 지하 7층~지상 최고 40층, 2개 동에 주거용 오피스텔 1095실과 업무·상업시설을 조성한다. 이번에 B동 오피스텔 770실(전용 24~53㎡)을 먼저 공급한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연결되는 단지다. BYC가 시행과 시공을 직접 맡았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GD메트로타워 투시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GD메트로타워 투시도
이곳은 BYC가 1979년부터 40년 넘게 본사와 생산·유통 거점으로 사용한 땅이다. 생산시설이 지방과 해외로 이전한 뒤 본사 기능이 남아 있다가 2023년 인근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가능해졌다. BYC는 GD메트로타워 사업에 약 3940억원을 투자한다. 회사 자기자본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동산 개발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금천구 가산동 옛 구로공장 터에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 지식산업센터 ‘BYC 하이시티’를 세웠다. 2014년에는 동대문구 용두동에 24층 ‘BYC 청량리 오피스텔’을 지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자체 주거 브랜드 ‘위더스빌’로 부천·중랑·동대문 등에 주상복합과 도시형생활주택 4곳을 준공했다. 2023년에는 대림동 옛 직영점 부지에 지상 7층 신사옥을 올렸다.

BYC가 부동산을 축적한 배경에는 의류 유통 전략이 있다. 과거 주요 상권에 토지를 확보해 직접 건물을 짓고 저층부에는 BYC 직영점을 넣었다. 나머지 공간은 임대하거나 분양했다. 의류 판매망을 늘리기 위해 확보한 부동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별도의 수익원이 된 셈이다. 최근에는 기존 건물을 임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장과 본사 등 저밀도로 이용하던 부지를 고밀도 복합시설로 바꾸고 있다.

부동산 사업의 존재감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연결 매출 1632억원 가운데 28%인 451억원이 임대 매출에서 나왔다. 영업이익은 전체 266억원 중 182억원으로 68%를 차지했다. 투자부동산 공정가치는 1조2780억원에 이른다. 속옷이 매출의 중심이라면 수익 측면에서는 부동산의 비중이 훨씬 큰 구조다.

장기간 보유한 공장과 사옥을 직접 개발하는 기업은 BYC뿐만이 아니다. 대웅제약은 1988년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를 호텔·오피스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동아건설도 40년 넘게 사용한 용산구 서빙고동 본사를 허물고 최고 41층, 123가구 규모 주상복합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표는 45년간 레미콘 공장으로 사용한 성수동 부지에 최고 81층 규모 주거·업무·호텔 복합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선례는 경방이다. 방직 업체 경방은 옛 영등포 공장·사옥 부지에 약 6000억원을 투입해 2009년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열었다. 공장 터를 팔지 않고 직접 개발해 대규모 임대자산으로 바꿨다. 일부 오피스동은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임대·백화점 사업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회사의 성격도 방직업 중심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겸하는 구조로 달라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