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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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한 남성의 낮은 관심이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친환경 행동을 유도할 때도 환경 보호 자체보다 비용 절감 등 실질적인 이익을 강조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클 하셀헌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영학 부교수는 미국 자료와 유럽 4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장기 설문조사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연구에 따르면 환경 보호에 적극적인 남성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으로 인식됐다. 반면 자신의 남성성을 강하게 유지하려는 성향이 높은 남성일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감이 낮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기후변화에 덜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기존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돼왔다. 기후정책으로 남성이 더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느끼거나 여성이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갖도록 사회화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하셀헌 교수는 이와 별개로 ‘환경을 걱정하는 행동이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인식이 남성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기후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인지도 실험했다. ‘진짜 남자는 가족을 돌보고 좋은 부모가 된다’는 식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남성성을 연결하는 방식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반면 경제적 이익을 강조했을 때는 반응이 달랐다. 남성들에게 일반 샤워기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샤워기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한 실험에서 친환경 제품을 ‘돈을 아낄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하자 약 80%가 이를 선택했다. 같은 제품을 ‘물을 덜 사용하고 환경에 더 좋은 제품’이라고 소개했을 때는 선택 비율이 10%포인트 낮아졌다.

하셀헌 교수는 환경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부 남성의 친환경 선택을 유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캐서린 헤이호 텍사스공대 교수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사실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헤이호 교수는 이를 ‘해결책에 대한 거부감’으로 설명한다. 기후정책이 자신의 정체성이나 이념, 가치관과 충돌한다고 느끼면 문제 자체의 심각성까지 부정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이미 믿고 싶은 방향에 맞춰 정보를 해석하는 ‘동기화된 추론’이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친환경 실천이 개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경험은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태양광 패널 설치로 전기요금을 아끼는 등 경제적 이익을 체감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까지 달라질 수 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