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 J. Us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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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작가 앤 카슨(76)에게 돌아갔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시와 소설·에세이·학술 논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 온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카슨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슨의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고전과 실험이다. 고대 문헌에서 소재와 형식을 끌어오면서이를 현대인의 사랑과 욕망, 상실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로 새롭게 빚어냈다. 시와 산문, 비평과 번역 등 여러 형식도 거리낌 없이 뒤섞었다. 문학과 학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독특한 작업으로 일찍부터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를 쓰는 진정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태어난 그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번역자이면서 고전학자이다. 어린 시절 접한 사포의 시 전집을 계기로 고대문학에 깊이 빠져들었고, 이 경험은 이후 그의 학문과 문학세계를 떠받쳤다. 토론토대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공부한 그는 1981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 맥길대와 미국 프린스턴대·미시간대 등에서 고전문학과 비교문학, 문예창작 등을 연구했다.
노벨문학상에 앤 카슨…"고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 창조"
카슨의 고전학자로서의 이력은 그의 작품 곳곳에 짙게 배어 있다. 1986년 펴낸 첫 저서 <에로스, 달콤씁쓸한>은 그의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고대 서정시인 사포의 시어를 기반으로 욕망의 본질을 파고든다. 학술적 탐구와 문학적 상상력을 하나의 글 안에 결합하는 특유의 창작 방식을 일찌감치 보여준 작품이다.

대표작으로는 1998년 출간한 <빨강의 자서전>이 꼽힌다. 고대 그리스 시인 스테시코로스가 노래한 괴물 게리온의 신화를 현대적인 성장과 사랑의 이야기로 다시 썼다. 신화 속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괴물이었던 게리온은 카슨의 작품에서 사랑의 상처를 겪으며 성장하는 현대 소년으로 다시 태어난다.
노벨문학상에 앤 카슨…"고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 창조"
노벨문학상에 앤 카슨…"고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 창조"
2001년 펴낸 <남편의 아름다움> 역시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았다. 영국 시인 존 키츠가 남긴 ‘아름다움은 진리’라는 문장을 출발점으로 결혼과 사랑, 배신의 기억을 29개의 ‘탱고’로 풀어냈다. 이 작품으로 카슨은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T. S. 엘리엇상을 받았다.

카슨은 이 밖에도 맥아더 펠로십과 구겐하임 펠로십 등을 받으며 영어권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고전학자로 명성을 쌓았다. 2005년에는 캐나다 훈장을 수훈하며 자국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공인받았다. 국내에는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비롯해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플로트> 등이 번역 출간돼 있다.
노벨문학상에 앤 카슨…"고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 창조"
노벨문학상에 앤 카슨…"고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 창조"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상금 1200만스웨덴크로나(약 16억1000만원)와 노벨상 메달,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은 노벨상 설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