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예고한 이후 지역 농·축협의 농지담보대출 부실채권(NPL) 매각에 따른 손해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 거래가 위축되면서 담보로 잡은 농지 가치가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독] '농지 전수조사' 후폭풍…대출 부실 두 배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상호금융(지역 농·축협) 부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올 2월 말 농지 전수조사를 언급한 이후 3~8월 농지담보대출 부실채권 손실액은 226억2900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8억7100만원)보다 2.3배로 증가했다.

매각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손충당금에서 꺼내 쓴 금액도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적립해 두는 것이다. 3~8월 전국 지역 농·축협이 매각한 부실채권 원금(OPB)은 2403억원이지만 실제 회수액은 1481억원이었다. 원금보다 922억원 적게 회수한 것이다. 대신 대손충당금 약 656억원을 사용해 손실을 226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용한 대손충당금은 615억원이었다.

부실채권은 일반적으로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워진 대출을 말한다. 농지담보대출 부실채권의 매각 손실이 커진 것은 담보로 잡힌 농지 가치가 지난해보다 하락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농지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9월 전국 농지(전·답·과수원) 거래 건수는 약 4만8000건으로 지난해 5만8000건보다 1만 건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 금액도 지난해 약 69조원에서 52조원으로 감소했다. 거래가 줄면 농지를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떨어진다.

농지 조사에서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소유자는 처분 명령에 따라 1년 이내 농지를 매각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가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지역 농·축협은 신규 농지담보대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3~8월 신규 대출액은 3조23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9733억원)보다 1조원 넘게 감소했다. 이 역시 농지 담보가치 하락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농지를 담보로 영농·생활자금을 조달해온 농업인의 자금 마련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의원은 “부실채권 매각 손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농지 담보가치 하락을 반영하는 것 같다”며 “정부는 현실에 맞는 농지제도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 농지 가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sth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