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작으로 추진해 온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오페라 ‘오텔로’ 초청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내년 9월로 예정된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관 시점도 2028년으로 늦췄다. 세계적 미술관 퐁피두센터의 부산분관 건립 계획도 백지화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라 스칼라' 개관 공연 철회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부산시청에서 문화 분야 주요 현안 브리핑을 열고 “부산시 재정 여건과 공연장 준비 상태 등을 다시 검토한 결과 라 스칼라 공연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막작으로 초청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라 스칼라 초청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상징하는 대표 사업이었다.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2027년부터 라 스칼라 음악감독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과의 협력 구상이 주목받았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극장의 작품을 개관 무대에 올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05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알려지면서 재정 부담의 적정성과 지역 예술계에 돌아갈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부산시는 라 스칼라의 ‘오텔로’ 초청 계획을 재검토하기 위해 운영자문단 회의와 시민토론회,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숙의 과정에서는 초청 공연에 찬성하는 의견이 75%로 많았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연을 들여오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 시장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해 추진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고 부산에 남길 성과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시민들에게 완성도 높은 공연장을 선보일 여건도 조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라 스칼라와의 협력 가능성은 열어놨다.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안정되고 본궤도에 오르면 필요한 재원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라 스칼라를 포함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의 공연 초청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선거 후보 시절부터 초청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 5월 시장 후보로서 첫 공약을 발표하면서 라 스칼라 초청 공연을 전임 시정의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했다. 사흘간의 해외 오페라 초청 공연에 105억원을 쓰면서 정작 지원이 절실한 지역 예술인들은 외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에 당선되면 관련 예산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공개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예정대로 올해 말 준공하지만 개관은 당초 2027년 9월에서 2028년으로 미뤄진다. 대규모 오페라 공연을 안정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무대 설비와 음향 성능 점검, 시운전 등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부산 남구 이기대에 지으려던 퐁피두 센터 부산분관 사업 중단 이유로는 4가지를 들었다. 8000만 년의 지질 역사를 간직한 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 영구 시설물을 짓는 것은 편익에 비해 대가가 크고, 계약에서 부산의 권리와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계획 수립 용역은 건립비 시비 약 1100억원, 연간 운영비 약 125억원을 제시했으나, 경제성 분석 결과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대신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유수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라 스칼라 공연과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을 백지화한 부산시의 결정에 대해 박형준 전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시장은 입장문을 내고 “최근 부산시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정책 뒤집기를 보면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금할 수 없다”며 “퐁피두 센터 유치와 라 스칼라 극장과의 파트너십은 부산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