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만 타이베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만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둘러싼 여야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제1야당 국민당이 1인당 2만대만달러(약 83만원)를 지급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자 집권 민진당도 1만대만달러(약 41만원) 지급을 서두르고 있다. 다음 달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현금 지급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15일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국민당 중앙상무위원회는 전날 소속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을 통해 '인공지능(AI) 보너스' 특별조례안을 다음 달 28일 지방선거 이전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법안의 핵심은 국민 1인당 2만대만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국민당은 올해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국민당 내부에서는 현금 지급안이 유권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천이신 국민당 중앙위원회 문화전파위원회 주임위원은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2만대만달러 지급안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국민당은 지방선거 이전에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집권 민진당이 법안 통과에 반대할 경우 이를 선거 쟁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천 주임위원은 민진당이 입법원(국회)에서 반대표를 던진다면 유권자들에게 "누가 국민의 요구를 막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당 의원들은 2만 대만달러 지급 약속을 유지하겠다면서 행정원(내각 격)이 재정 규율을 이유로 국민이 기대하는 경제적 보너스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권 민진당도 현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지급을 추진하는 금액은 국민당이 제시한 액수의 절반이다.

민진당 주석(대표)을 겸하는 라이 대만 총통은 전날 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국민 1인당 1만대만달러를 지급하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라이 총통은 당직자들에게 정책 홍보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행정원과 협력할 것도 당부했다.

앞서 대만 재정부는 지난 8일 1인당 1만대만달러를 지급하는 AI 보너스 계획 보고서를 행정원에 제출했다. 내년 1월5일 이전에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이 통과되면 내년 춘제(음력설) 이전에 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야가 지급 금액뿐 아니라 시점을 놓고 경쟁하는 배경에는 다음 달 지방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는 2028년 1월 예정된 차기 총통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입법원이 여소야대 구도라는 점도 변수다. 소식통은 야당 주도로 2만 대만달러 지급안이 통과되더라도 줘룽타이 행정원장이 서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그럴 경우 국민당이 민진당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당국이 소비 진흥과 경기부양 등을 위해 소비쿠폰이나 현금을 지급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당시 3600대만달러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3000대만달러와 5000대만달러 상당의 소비쿠폰을 제공했다.

2023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현금 6000대만달러를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만대만달러를 나눠줬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