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부터 하이브리드카 수출 제한을 받아낸 유럽연합(EU)이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양보를 요구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중국은 EU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양측 무역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이 화학과 기계, 제약 등에서 중국산 제품에 EU 차원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분야 수입이 급증할 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EU와 중국은 EU 내 중국산 하이브리드카 수입량을 연간 35만 대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이 같은 수입 쿼터제를 다른 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EU에 연말까지 관련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전통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독일이 앞장서서 강한 조치를 검토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독일의 접근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수입 제한 조치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 담당 최고위원은 “EU와 중국 간 무역 불균형은 자동차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양보가 일회성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EU가 새로운 수입 제한안을 들고나오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신취안 전 중국 상무부 고문은 “상대방이 계속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한다면 중국은 반격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이프가드 확대를 두고 양측 간 시각차가 드러나자 하이브리드카 관련 합의가 다른 무역 충돌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무역 전쟁을 피하려던 큰 목표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EU가 자동차 합의를 다른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투 전 고문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는 요건은 까다롭다”며 “중국은 이 절차 실행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